이자벨 마랑은 코로나19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걸까? 세계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싶었던 디자이너는 프랑스 현대무용 팀 오드((La) Horde)와 함께 무대를 꾸몄고, 팔레 드 도쿄 앞 광장에는 1980년대 영화 <더티 댄싱>이 연상되는 흥겹고 강렬한 쇼가 펼쳐졌다. 희망적인 이미지를 담고자 한 디자이너의 의지는 브랜드 특유의 과장된 1980년대 실루엣, 비비드 컬러, 반짝이는 소재, 플라워 패턴 등이 뒤섞인 디스코풍으로 귀결됐다. “오드의 작품을 사랑한다. 매우 현대적이고 때로는 당황스럽다.”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댄스 팀의 안무 덕분에 보는 내내 아드레날린이 거침없이 분출되는 밝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댄서들 역시 핑크에서 레드, 블루로 이어지는 쇼의 컬러 팔레트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다만 평소라면 축제였을 이 쇼를 팬데믹 시기임에도 공개적으로 진행해 논란을 낳은 점이 아쉬웠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