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 포르트 자크뮈스는 얄미울 정도로 영민하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아주 잘 알고 있고, 항상 그 능력을 한껏 활용한다. 지난 7월 일찌감치 공개한 그의 2021 S/S 컬렉션 역시 보는 순간 ‘과연?’ 하는 의혹을 무장해제 시켰다. 1백 명의 게스트를 파리 외곽 벡생 자연공원으로 초대해 금빛으로 일렁이는 밀밭 사이로 600m에 이르는 좁고 구불구불한 런웨이를 공개한 것. 코로나19가 터지고 지난 3월의 파리 패션위크 이후 처음으로 열린 쇼치고는 그나마 논란의 여지가 적어 보였다. 무엇보다 밀밭 사이로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하나같이 남프랑스의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녹진하게 밴 옷을 입고 등장해 배경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곳곳에 가느다란 스트랩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맑은 햇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바스락거리는 소재로 완성한 드레스가 메인 아이템이었다. 컬렉션의 주제는 ‘사랑(L’Amour)’.자크뮈스가 창조한 천국에서 마주한 사랑은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