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밀은 예술에 있다(The secret of life is in art).” 조나단 앤더슨의 새 컬렉션은 오스카 와일드의 이 전언에서 시작됐다. 디자이너는 모든 만남이 제한된 이 시기에 ‘쇼박스’를 통해 소통을 시도했다. 쇼 박스가 뭐냐고?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진지함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을 인쇄한 신문지로 포장한 상자 안에 사진가 볼프강 틸만스의 사진이 있는 바인더와 엘스워스 켈리의 컬러 시트 패브릭 스와치, 컬렉션을 인쇄한 카드 등을 나사로 조립한 책(?)을 넣은 것을 가리킨다. 상자 중앙에 박힌 동전을 이용해 나사를 풀어 책을 분해해 컬렉션에 영감을 준 대상을 직접 느끼고, 작은 쇼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고안한 기발한 상자인 셈이다. 더불어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단순하지만 과장된 실루엣과 엉뚱한 디테일로 브랜드 특유의 유머와 드라마틱한 요소를 굳건히 지킨 그의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창의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