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옷은 기본에 충실하고 편안한, 그러니까 마가렛 호웰 같은 옷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에도 특별한 기교나 컨셉트는 없지만 젠더리스를 지향하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남자와 여자 모델이 있을 뿐, 남자 옷과 여자 옷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디자인은 몸을 옥죄지 않고 다정하게 품는 낙낙한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이 중에서도 허릿단에 고무 밴드를 넣은 리넨 버뮤다 쇼츠와 크롭트 와이드 팬츠는 아주 유용해 보였는데, 테일러드 블레이저 혹은 셔츠와 함께 충분히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스타일링을 통해 보여줬다. 차분한 흙색 위주의 컬러 팔레트에 구름같이 깨끗한 흰색, 밤하늘처럼 짙은 남색을 적절히 더해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마가렛 호웰은 올곧게 한길을 갈 뿐이다. 그리고 세대가 바뀌어도 누군가는 마가렛 호웰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