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동안 충분히 쉬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낸 디자이너들은 기대보다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디자이너 로렌조 세라피니는 이탈리아 동부 해안 마을에서 보내는 동안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을 가꾸며 소박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 시간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 듯하다. 이번 시즌 그가 선보인 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같은 사람이 한 시기에 만든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동시대적이면서 톡톡 튀는 애티튜드가 느껴지는 룩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의 로맨틱한 무드는 고스란히 가져가되 한층 활기차고 트렌디하다고 할까? 특히 볼륨감 넘치는 셔츠에 그런지한 데님 팬츠나 페인트를 마구잡이로 묻힌 듯한 쇼츠를 매치한 룩과 캐주얼한 깅엄 체크나 스트라이프 코르셋이 쿨한 무드를 한층 증폭시켰다. 정원 일을 할 때 쓰는 투박한 장화와 고무장갑도 이 자유분방한 멋을 돋우는 데 한몫했다. 필로소피의 새 시즌 컬렉션은 기존 고객은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만큼 신선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점에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