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떠오르는 신성 리처드 말론. 소재의 재활용과 DIY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는 록다운 기간 동안 스스로 염색하고 DIY를 시도하는 등 홀로 자신의 컬렉션을 업그레이드하며 보냈다. 원단을 노끈으로 묶은 후 세탁기에 돌려 자잘한 주름을 만들거나 버리는 천을 욕조에 담가 직접 염색하는 작업도 이에 포함된다. 이 과정은 리처드 말론의 새로운 컬렉션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새 컬렉션에서 또 한 가지 돋보인 것은 벨벳 소재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쥬시 꾸뛰르의 트레이닝복 소재도 벨벳이에요. 아주 편하죠.” 리처드 말론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벨벳을 소재로 사용한 이유로 편안함을 꼽았다. 물론 디자인도 훌륭했다. 풍성하게 드레이핑된 벨벳 드레스는 엄청난 광택을 발하며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니 말이다. 가장 소박하고 볼품없는 소재를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재탄생시키는 능력을 발휘한 리처드 말론의 컬렉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참신한 소재에 비해 룩 자체는 지난 시즌과 엇비슷해 아쉬움이 남는 건 에디터만이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