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집에 틀어박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영화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마니(Marnie)>(1964), <새(The Bird)>(1963), <현기증 (Vertigo)>(1958) 같은 작품 말이에요. 이번 컬렉션은 <현기증>의 초현실적 색 포화도를 반영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루의 말처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새 컬렉션은 히치콕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색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애시드 오렌지와 브라운, 버건디와 은은한 핑크의 고급스러운 조합은 이번 시즌 컬렉션 중 가장 인상 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동시에 낙낙한 느낌을 주는 실루엣은 모던하기 그지없으며, 발등이 깊게 파인 고전적인 형태의 펌프스 힐이나 얇은 가죽끈을 엮어 만든 슬링백 힐은 슈즈 부문 디렉터로 저력을 드러내던 2년 전의 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선을 끄는 장치도, 요란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조용하고 묵묵하게 나아가는 폴 앤드루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