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막스가 긴 시간 동안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클래식한 테일러링에 트렌디한 요소를 녹여낼 줄 아는 영민함과 고루하지 않되 고급스럽게 디자인을 풀어내는 섬세함. 이번 시즌에는 말라골리 고유의 감각이 정점을 찍었다. 자연스럽게 주름진 소재와 가늘고 길게 떨어지는 실루엣, 과감한 드레이핑과 오버사이즈 아우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 것. 그라치아 말라골리는 쇼 노트에서 편안한 분위기와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오가는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입기 편하면서도 미적 완성도가 높은 룩들은 그의 말을 완벽하게 뒷받침했다. 창립자 아킬레 마라모티(Achille Maramotti)의 설립 의도에 따라 정교한 재단과 과감한 직물 실험, 믹스 매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무사히 50주년을 넘긴 스포트막스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