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맥카트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입고 싶어 할 만한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에 능하며,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내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룩북 형태로 공개한 새 컬렉션에는 이러한 맥카트니의 장점이 총망라됐다. 고급스럽게 직조한 니트 톱, 고전적이면서도 힙한 수트와 예술적인 프린트가 그려진 드레스, 드로스트링 디테일로 무게감을 살짝 덜어낸 포멀한 옷들은 당장이라도 위시리스트에 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공개된 옷 중 일부는 창고에 잠들어 있던 재고를 재활용해 만들었으며, 백과 슈즈 역시 인조가죽으로 제작해 환경 운동가다운 면모도 어김없이 드러냈다. 누구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실천하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그래서 맥카트니가 오랜 세월에 걸쳐 진정성 있게 구축한 친환경 패션의 세계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값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