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직원의 절반을 감축한 더 로우는 세련된 스타일의 새 컬렉션을 선보이며 도산 위기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뉴트럴한 색감과 낙낙한 실루엣이 주를 이루지만, 포플린처럼 바스락거리는 소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해 경쾌한 느낌을 더했다. 담백한 포즈로 이러한 장점을 강조한 룩북 이미지는 변함없이 멋스럽고 우아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발라클라바나 장갑 같은 위트 있는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독특한 패턴을 가미하며 패셔너블한 느낌을 잃지 않던 지난 시즌과 달리, 당장 유니클로에만 가도 있을 법한 평범한 옷들만으로 컬렉션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여성이 이런 옷으로 옷장을 채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수의 하우스 브랜드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훨씬 높게 책정된 더 로우 컬렉션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이토록 평범한 셔츠와 팬츠에 2백만원 넘는 돈을 기꺼이 지불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