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은 ‘달에서 개최된 2132 올림픽’이라는 기발한 컨셉트 아래 압도적인 규모의 쇼를 선보였다. 푸른 잔디가 깔린 드넓은 경기장을 쇼장으로 정하고, ‘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만든 유니폼을 입은 선수 역할의 모델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이목을 끈 것. 컬렉션은 동물 탈을 쓰거나 남성용 드레스로 충격을 주었던 지난 몇 시즌에 비해 평범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패치워크나 아플리케 같은 기법을 사용한 덕분에 쿠튀르 피스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모자부터 재킷, 스커트, 신발에 이르기까지 선글라스를 제외한 모든 아이템에서 색을 배제해 형태와 소재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으며, 변함없이 치마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성별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을 선보였다. 세상을 규정하는 많은 규율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패션에 장난기 넘치게 담아내는 그의 독보적인 디자인 철학은 다른 때에 비해 덜 돋보였지만, 마치 영화처럼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