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데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와 준야 와타나베, 사카이의 치토세 아베에 이르기까지 파리에서 활동하던 일본 디자이너 대부분이 잠시 고국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요지 야마모토는 40년간 머물러온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변화를 싫어하고 좋은 의미의 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의 성향이 반영된 선택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언제나처럼 예술적으로 주름진 천과 매듭, 가시덤불처럼 몸에 엉킨 옷 조각들, 철사가 군데군데 튀어나와 미완성의 쿠튀르 피스처럼 보이는 드레스, 패브릭 덩어리를 덮어쓴 것처럼 보이는 컬렉션 룩을 선보였다. 혼란한 시대지만, 그는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코로나19 로 인한 우울을 희망적인 디자인으로 털어내자는 일률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적으로 이뤄내고 지켜낸 요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떠들썩한 메시지보다 훨씬 큰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