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일관된 스타일을 견지하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컬렉션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닌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며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시대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에도 엠포리오 아르마니 컬렉션은 브랜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우아한 실루엣과 느긋한 무드를 도회적인 스타일에 담아냈다. 달라진 점이라면 눈에 확 띄는 선명한 컬러와 매크로 그래픽디자인 등 1980년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를 더해 동시대성을 부여할 의지를 드러낸 룩이 존재했다는 것. 하지만 여유로운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차분해 보이는 원피스 등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뿐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디자이너의 의도가 명징하게 담긴 안전한 결과물이지만 이렇다 할 새로움은 찾아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