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최유돈은 갈 수 없는 여행지에 대한 열망을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여행지를 각 컬렉션의 주제로 삼고 가상의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지난 S/S 시즌에는 남부 이탈리아 여행을, 프리폴 시즌에는 부탄 여행을 상상했던 그가 이번 시즌, 1960년대 스위스로 가상의 스키 여행을 떠났다. 이번 컬렉션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등 196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할리우드 스타들이 떠났을 법한 상류층의 스키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컬렉션에 등장하는 칵테일 드레스에 긴 장갑을 낀 룩은 오드리 헵번이 스키 리조트에서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또 울과 캐시미어 등 부드러운 소재로 후디와 스웨트 팬츠를 제작하고 파스텔 블루 컬러를 군데군데 섞어 차디찬 스위스의 겨울을 표현했다. 그동안 꾸준히 보여주던 테일러링 룩에서 벗어나 캐주얼한 분위기를 가미한 변화도 감지됐다. 원마일 웨어가 대세인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편안한 룩을 제안한 것인데, 여기에 컷아웃 디테일을 더하고 한쪽으로 주름을 잡는 등 최유돈만의 위트를 불어넣었다. 그의 컬렉션을 보고 있자니, 올겨울에는 스키 리조트로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기대감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