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재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디자이너는 예술가, 작가, 약초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힐데가르트라는 중세시대 성녀를 주제로 삼아 컬렉션을 구상했다. 힐데가르트가 2021년에 존재한다면 이렇게 정제되고 고상한 옷을 입지 않았을까? 컬렉션은 대체로 차분하고 은은한 컬러의 룩이 이어졌다. 여기에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딸이 힐데가르트의 작품을 따라 그린 그림을 실크 셔츠 드레스에 인쇄했고, 니트 스웨터에도 같은 패턴을 크로셰 기법으로 더했다. 또한 벨트 버클 형태나 가죽 꽃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섬세한 디테일은 컬렉션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컬렉션의 40% 이상을 버려진 재고나 재활용 소재로 완성해 그 의미를 더했다. 여느 때와 같이 디자이너의 세련된 취향과 고급스러운 감각이 오롯이 구현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