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디자이너 듀오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다. 부드러움과 강인함, 편안함과 불편함, 도전과 안주 사이에서 끝없는 줄다리기를 했다. 결과는 뉴욕 패리시 미술관에서 공개됐다. 부드러운 니트로 만든 롱 드레스는 건축물처럼 견고해 보였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롱 코트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룩에는 요즘 보기 드문 사이즈의 ‘데일리 백’이 더해졌다. 컷아웃 디테일 터틀넥 맥시 드레스는 시원해 보였고 타이다잉 원단은 디자이너 듀오의 손끝에서 전혀 캐주얼해 보이지 않는 드레스로 재탄생했다. 거의 모든 패션쇼가 디지털화 하면서 셀 수 없는 버전의 런웨이 영상을 봐왔다. 3D 아트, 화려한 편집 기법, 그래픽이 더해진 영상은
물론 흥미롭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옷 말이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무슨 일이든 이행하는 것 자체가 전보다 곱절은 힘든 이 시국에 열심히 완성한 룩을 공들여 담아냈다. 니트의 짜임새가 얼마나 정교한지, 가죽이 얼마나 부드럽게 가공되었는지, 타이다잉 드레스의 디테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보여줬다. 정성은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