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동(ataraxia), 침정(equanimity), 이분(dichotomy), 공시성(synchronicity), 헌신(devotion). 총 다섯 개의 단어가 소제목처럼 등장했다. 공장 혹은 실험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 라프 시몬스의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 모델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최근 라프 시몬스는 여성복의 비중을 대폭 늘린 듯하다. 라프 시몬스의 옷이 딱히 성별을 따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는 자기 자신 그리고 추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한데 모아 보여줬다. A라인 퀼팅 점퍼와 파우더 핑크 팬츠, 앞코가 동그란 앵클부츠, 실크 시프트 드레스, 퀼팅 셔츠 위에 겹쳐 입은 커다란 스웨터와 로고 주얼리까지. 모든 룩은 오버사이즈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커다랬고, 컬러는 어두운 조명을 뚫고 나올 듯 선명했다.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거나 촌스러워질 수 있는 조합을 라프 시몬스는 해낸다. ‘라프 시몬스가 라프 시몬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