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매카트니는 새 시즌의 주제를 ‘D is for Desire’로 정했다. D is for Desire는 그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발표한 ‘A to Z’ 성명서의 D 챕터에 해당하는 것이며, 빼곡한 에코 시트(컬렉션에서 친환경적 방식으로 제작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글)와 함께 그가 이번 시즌 역시 지속 가능성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 할 건 십수 년째 이어온 환경에 대한 그의 애정이 아니라 컬렉션 그 자체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색을 과감하게 쓰거나, 캐주얼한 보머 재킷과 포멀한 테일러드 재킷을 함께 입는 방식으로 독보적인 믹스 매치 능력을 과시했다. 몸의 곡선을 따라 과감하게 도려낸 드레스는 정확히 10년 전 발표한 그의 컬렉션을 연상시켰고, 가끔씩 등장한 체크 패턴은 체크를 세계적으로 대유행시킨 2013년 컬렉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 몇 시즌에 비해 훨씬 더 ‘패셔너블’한 새 시즌 룩을 마주하자 어쩌면 그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회운동가’라는 두 가지 수식어 중 전자에 방점을 찍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