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하는 동양 디자이너들의 쇼는 언제나 반갑다. 패턴이나 색감, 디테일이나 스타일링 등 어느 한 부분에라도 동양의 문화나 정서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토가는 파리 패션위크를 방문할 때마다 쇼를 손꼽아 기다리던 브랜드지만, 아쉽게도 새 시즌에는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소매 또는 치마를 과장되게 부풀리거나 절개하고, 간혹 예술 작품 같은 디테일이나 고전적인 플로럴 패턴을 가미하기도 했지만 하나의 통일된 주제나 뛰어난 조형미를 느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토가의 쇼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독특한 형태의 신발이나 헤드기어, 가방의 부재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이면 론칭 25주년을 맞이하는 토가가 장수 브랜드의 관록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