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체는 이탤리언 글래머 룩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지켜내는 브랜드 중 하나다. 대다수 브랜드가 고유한 것을 버리고 ‘우아함’, ‘모던함’이라는 보증수표로 갈아타고 있는 최근에도 말이다. 새 시즌에 베르사체는 그리스에서 영감 받은 ‘라 그레카(La Greca)’라는 이름의 새로운 모노그램을 발표하며 그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라 그레카는 미로를 연상시키는 패턴으로 기존에도 메두사 로고 옆에 장식적 요소로 자리하거나 액세서리
라인에 활용되어왔으나 이처럼 적극적으로 사용한 건 처음이다. 라 그레카 모노그램은 팬츠와 재킷의 안감, 코트부터 가방과 양말, 스카프 등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활용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 외에도 선명한 컬러의 백과 슈즈, 드레스를 공개했다. 글래머러스하다는 점에서는 일관되지만, 현대적인 미감과는 거리가 먼 금속 장식이나 트로피컬 패턴을 배제한 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훨씬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