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처럼 모두가 추종하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여든 살이 되도록 브랜드와 본인이 건재하고 남편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와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한 전성기가 어디 있을까? 디지털로 소개한 이번 컬렉션은 여전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시그니처가 넘쳐났다. 타탄체크와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헤링본처럼 클래식한 패턴, 로코코풍으로 몸매를 강조한 드라마틱한 실루엣, 아름다운 명화 프린트, 파격적인 드레이핑 등 세월에 퇴색하지 않은 상징적인 것들 말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옷이 지속 가능성에 몰두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재활용 데님, 유기농 실크처럼 지속 가능한 소재를 90% 이상 사용했고, 혁신적인 에코 프린팅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등 패션계의 환경운동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무엇보다 시류에 편승한 얄팍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점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 자유와 사랑을 노래하던 펑크 패션의 대모가 만들어갈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토록 많고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