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마르탱은 뎀나 바잘리아와 버질 아블로,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비견된다. 스트리트 패션을 하이패션에 절묘하게 접목하고 건축학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디자인하며, 해체주의의 맥을 잇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시즌의 와이프로젝트는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적인 패션 세계를 이룩했다. 론칭 이후 줄곧 고수해온 컷아웃과 드레이핑 디테일은 어느 때보다 섬세했고, 자유분방하게 해체된 옷들 사이로 이따금씩 드레스가 등장할 때는 로맨틱하고 우아한 옷에 대한 가능성마저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최근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쇠퇴하던 디젤을 다시 성공 가도에 올려놓았다. 이제 자신의 레이블에 이어 오랜 역사의 하우스 브랜드까지 능숙하게 지휘하는 글렌 마르탱에게 더 이상 ‘제2의 누군가’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