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드뮐미스터의 2021 F/W 컬렉션은 그가 브랜드를 집도하던 초기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뉴가즈(New Guards) 그룹의 창업자인 클라우디오 안토니올리가 앤 드뮐미스터를 인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앤 드뮐미스터는 제 인생에서 특히 중요한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브랜드가 변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의 의지는 눈앞에 또렷하게 구현됐다. 흑백사진 속 모델들은 하나같이 앤 드뮐미스터의 골수팬이라면 그녀의 환생(?)이라고 박수 치며 반길 유려한 테일러드 룩 차림이었으니까! 몸을 타고 흐르는 부드러운 팬츠 수트, 풍성한 소매와 몸을 휘감는 비대칭 실루엣의 셔츠, 군데군데 긴장감과 리듬감을 더하는 스트랩 디테일, 그리고 단 한 방울의 유색도 허용하지 않고 반복되는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한 조화까지! 앤 드뮐미스터의 상징인 부스스한 헤어스타일과 둥근 페도라 역시 브랜드의 시적인 감성은 세월이 지나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앤 드뮐미스터 같은 컬렉션은 없다. 오직 앤 드뮐미스터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