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영상으로 새 컬렉션을 공개한 세실리에 반센. 온통 회색빛을 띠는 도회적인 공간에서 적막하게 시작한 영상은 바닷가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희망적인 분위기로 막을 내린다. 내내 다정하고 섬세한 옷들이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면, 디자이너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은 것이다. 세실리에는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려냈으며, 모든 룩의 실루엣을 다듬는 작업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소재의 특성과 차이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재조합해 조화를 이루는 작업이 필수였다. 살갗이 비치는 얇은 니트와 잔잔한 패턴으로 누빈 실크, 패턴처럼 입체적인 자수를 더한 오간자처럼 섬세한 소재로 풍성한 볼륨을 완성하거나 혹은 타이트하게 조여 하나의 룩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냈다. 룩이 마치 조각품처럼 느껴지는 건 그녀가 즐기는 톤온톤 스타일링 덕분일 것이다. 세실리에 반센이 써나가는 신비로운 동화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