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위크 중 모델들의 OOTD를 본 적 있는가? 오래 입어 자연스레 색이 바랜 데님 팬츠, 크롭트 톱에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았을 것 같은 ‘값비싸 보이는’ 재킷, 피곤한 얼굴, 푸석푸석한 머리. 마지막으로 흰 양말에 부츠를 신고 알 수 없는 브랜드의 캡을 눌러쓴 모습.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에디 슬리먼이 유난히 잘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이것. 꾸미지 않은 듯 꾸민, 흔히 ‘파리지엔 시크’라고 하는 룩을 완성해내는 것이다. 파리 외곽에 자리한 보르비콩트성 정원에서 바람을 헤치며 걷는 모델들은 구성은 다르지만 모두 이 같은 차림이었다. 시퀸을 장식한 톱과 데님 팬츠, 플란넬 셔츠와 배기팬츠, 짧은 사파리 재킷에 왕가 여인들의 전유물이던 크리놀린을 입은 모습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추종자들이, 셀린느라는 브랜드에 오래 열광해온 이들이, 아니 지금을 사는 여자들이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50~60 대 여성부터 Z세대까지 모두 만족시킬 컬렉션이다.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에 그리 열광하지 않던 에디터도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봤다. 한숨을 쉬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에디 슬리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