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떡 벌어지도록 화려한 드레스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길 바랄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원마일 웨어, 트레이닝복, 스웨트 팬츠 같은 옷들은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시즌 런웨이에 거대한 칵테일 드레스 대신 활동성을 보장하는 짧은 드레스와 데이웨어를 주로 선보이고, 강렬한 메이크업과 파워풀한 애티튜드를 더해 한층 젊은 분위기로 채웠다. 컬렉션 자체에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진 않았지만 퍼프 숄더와 러플, 리본 등 옷만 보면 여전히 곱디고왔다. 후반부에 등장한 소수의 이브닝드레스는 비대면 방식이라도 레드 카펫을 밟아야 하는 셀럽들에게 환영받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모두가 스포티와 편안함을 외칠 때 브랜드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내며 드레스 행렬을 펼친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은 지켜보는 내내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