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rch Issue

#Happy Marie Birthday

2025년,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전 32주년 창간 기념호인 3월호를 준비하며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네요. 마리 팀과 함께 “서른이란 마리야”를 외치며 30주년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서른둘’이라니요. 매년 이맘때면 여러분을 초대하는 성대한 잔칫상을 차려야 하는데, 이번에도 고민 끝에 정성을 다한 콘텐츠 상차림을 내어 보입니다. 김상은 뷰티 비주얼 디렉터와 정평화 패션 디렉터가 고군분투한 현진과 비비의 강렬한 듀얼 커버부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마리끌레르만의 필름 프로젝트,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 자문한 창간 기념 칼럼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파고 속에서 동시대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우아하고 강인한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리뉴얼을 거쳐 확장된 판형 안에 엄선한 글과 사진을 통해 대담하고 감도 높은 마리끌레르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들어주세요,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줄게요

김지수 시니어 패션 에디터가 기획한 ‘We Are Who We Are’라는 스페셜 칼럼은 시간을 할애해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술, 동시대성, 담대함, 꿈, 에너지, 영화, 미래, 우아함과 강인함, 포용, 사랑, 메시지, 선구적인, 시적인, 찬란함, 그리고 여성의 힘. 마리끌레르 코리아를 관통하는 15개 키워드를 주제로 15인의 에디터가 마음을 담아냈습니다(편집장인 저도 한 명의 에디터가 되어 글을 보탰죠). 그 안에서 마리끌레르를 견인하는 콘텐츠 에디터 하나하나의 소중한 마음을 만났습니다. ‘이토록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움직이고 있었구나.’ 아름다운 문장에 응축된 순수한 열정을 대하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것은 안 비밀인 걸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어린 시절 ‘2025’란 햇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나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불쑥 ‘내일’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패션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 사임과 새로운 임명 소식 이른바 패션계 회전문 릴레이를 지켜보며, 그들의 철학이 담긴 ‘미래 시제에 대한 어록’을 살피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를 관통하는 시간과 순간에 대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k.a 패션 리더들의 인사이트가 오늘을 사는 혜안을 전해주지 않을까요. 더불어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와 나눈 인터뷰도 영감을 불어넣어줄 듯하네요.

#세상의 문을 열기 위해 두드리다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기념해 마리끌레르는 ‘젠더프리 필름 프로젝트(Gender Free Film Project)’를 선보입니다. 이 특별한 기획은 8년 전, 영화계에 희소한 여성 주연들의 목소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5 Gender Free’ 인터뷰 화보는 이 특별한 영상을 위해 모인 이들과 나눈 큰 의미의 단상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강예솔 시니어 피처 에디터는 칼럼 전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차갑고 단단하게 굳어 있던 것들이 녹아내리는 이 계절마다 마리끌레르는 젠더프리의 문을 열어왔다. 단단한 편견에 균열을 내기 위해, 굳건한 규정을 탈피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 8인의 여성 배우(예수정·한선화·권유리· 김혜은·정선아·오경화·신은수·채원빈)가 올해 여덟 번째 젠더프리 필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나아가는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나아가 정선아 배우가 인터뷰를 통해 건넨 말이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상기시킵니다.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최정원 선배가 ‘헤르메스’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잖아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러 갔는데 오히려 제가 엄청난 응원과 위로를 받았어요. 선배의 연기는 이 캐릭터가 본래 남성인지 여성인지 나뉘지도, 나눌 수도 없이 그저 헤르메스 자체로 보였어요. 제겐 엄청난 자극이자 충격이었고, 선배께서 이 역을 너무 멋지게 표현해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한편 임수아 피처 에디터는 한영애, 김윤아, 황소윤이라는 세대를 뛰어넘은 여성 록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록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벽을 몸소 부숴온 이들, 내면의 불씨를 음악으로 분출하며 세상을 향해 힘껏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말이죠. 그 강렬한 교감 역시 마리끌레르가 지면과 영상을 통해 생생히 전하며, 이러한 시도가 젠더의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환영받기를 기대합니다.

#포용과 연결, 그 시너지에 대하여

마리끌레르 안에선 ‘함께 더하는 힘’에 집중합니다. 독점력의 배타성 대신 비차별적 포용력으로 다정한 목소리를 내며, ‘포용력’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가장 강력한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매달 김선희 피처 에디터가 보석 같은 사진들을 발굴하는 ‘월드 리포트(World Report)’는 이달 ‘Little Things Mean a Lot’이라는 주제로 사진가 쓰루이 마를 조명했습니다. 그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여성 사진가로 런던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여성들을 촬영했습니다. 문화와 정체성,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아우르며 일상 속 작은 아름다움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아시아 여성의 관점에서 탄생한 시각적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향하는 시선을 전복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되찾는 것이다.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를 온전히 보여주면 그 어떤 통제도 통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여성 간 연대를 더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정하게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Here & Hear

마리끌레르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서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나아가면서요. 함께 서 있는 이 자리에 당당히 발을 딛고, 목청을 가다듬으며 우아하고 강인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AI의 목소리에만 의존할 순 없으니까요. 참, 32주년을 맞이한 마리끌레르에 축하의 목소리를 더해주신다면 귀를 열고 감사히 듣겠습니다.

<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