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November Issue

영화와 함께 맞이한 순간

지난 10월 초, #Team_Marie는 부산을 뜨겁게 달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의전당에 들른 분이라면 <마리끌레 르 BIFF 필름 에디션>을 보셨겠죠? 드물고 귀한 만남을 이룬 설경구 배우의 동시대적 카리스마가 담긴 커버 3종을 살펴보며 ‘우아’ 하는 감탄을 연발하셨길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BIFF 개막식 다음 날인 10월 3일, 올해도 어김없이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ASA)가 열렸습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영화계 인사들이 만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관을 이룬 2024 ASA 현장. 올해는 설경구, 김 희애, 박서준, 박보영, 김신록, 임시완, 김민하, 홍경, 노윤서, 다현 배우와 김성수 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가슴 벅찬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여러분이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이들의 소회를 <마리끌레르> 11월호의 지면과 SNS 영상을 통해 두루 만나시길 바랍니다.

황혼에서 여명으로

마리끌레르상을 김희애 배우에게 시상하기 위해서 저 역시 ASA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앞서 김민하 배우가 언급한 ‘빛’에 대한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는 그 이름과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는 아시아의 배우와 감독이 함께합니다. 하지만 그 길에 늘 빛이 함께하지는 않을 테죠. 어쩌면 오늘 이 자리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분들은 선연한 빛의 축복보다는 안개 같은 어둠이 자욱했던 길을 되짚으며 더욱 뭉클함을 느끼실 듯합니다. 그 순간을 담담하게 지나오며, 당당하게 이 영화로운 순간을 맞이하는 모든 분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오늘의 빛나는 주인공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배우와 감독 그리고 무수히 많은 스태프들이 노력과 고민을 더해 만들어낸 결과물 역시 명암을 달리하지만, 그 존재 자체로 빛이 나는 이들을 떠올립니다. 쉬운 길은 없고 때론 세상의 반응이 노력에 반하기도 하지만,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결과물은 경이로운 법이니까요. 그렇게 우린 매일 황혼을 지나 여명을 맞이합니다.

회복력을 갖추는 자세

2012년에 첫발을 내딛은 아시아스타어워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매년 10월 BIFF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샤넬이 후원하는, 마리끌레르 연중 이벤트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른 마리 팀은 심신이 지쳤지만, 저는 #Team_Marie의 놀라운 회복력을 봐왔으니 독려하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강 마리 피처팀은 수심을 비워내고 반짝이는 마음의 풍경을 채우기 위한 채비를 했습니다. 이달 ‘Shiny Autumn’이라는 공동 칼럼을 통해 맛보고, 지켜보고, 걸어볼 대상들을 공유했죠. 고성과 광주를 찍고, 남해와 동해를 돌아, 제주를 횡단하고 서울 동네로 돌아오기까지… 각자의 발걸음에는 소란함을 다스리고 가만한 상태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합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 내일이자 오늘이기를 소망하며 말이죠.

살아 있다는 감각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 상 수상 서면 소감은 모든 이의 가슴에 공감각적 울림을 전합니다. 그 여파로 ‘읽기’에 몰두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지금, 보다 많은 이들이 단행본을 넘어 월간지에도 눈을 돌려 애정 어린 마음으로 <마리끌레르>를 읽어 내려가길 저 역시 소망합니다. 한편 한강 작가의 작품 읽기 열풍 속에서 <회복하는 인간(Convalescence)>을 돌이켜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시사하는 ‘회복’은 상실과 아픔을 주로 다루는 그 문장에서 생경한 희망의 단서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그 고단함을 온 힘을 다해 껴안고 살아나가는 것만이 우리 삶을 회복하는 유일한 일이 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갑니다. 오늘도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주어진 모든 순간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