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O

여행과 자유를 브랜드의 정신으로 삼는 에트로는 ‘자유란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미에 포커스를 맞춰 스스로를 잘 표현하는 전설적인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나 록 스타 지미 헨드릭스를 주제로 컬렉션을 펼쳐냈다. 두 남성 예술가의 이미지를 소재로 삼은 컬렉션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엠브로이더리 로브 코트나 벨벳 소재, 프린지 장식에서 러시아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고, 이 화려한 디테일들은 지미 헨드릭스의 인디 감성과 결합해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으로 완성됐다. 개인적으로 뽑은 베스트는 코듀로이 팬츠와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 차림에 비니로 포인트를 준 룩. 여기에 에트로의 시그니처인 페이즐리 패턴을 더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어떤 주제든 ‘에트로스러운’ 룩으로 승화하는 디자이너의 내공이 빛을 발한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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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럭셔리한 마린 룩이라니! “오래된 레코드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온 나폴리의 전통음악을 들으며 그 고요하고 평온하며 우아한 분위기에 매료되었어요.” 디자이너는 컬렉션을 구상할 때 과거에 떠났던 여행을 곰곰이 회상했다고 한다. 이스키아섬을 비롯해 카프리, 나폴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환상적인 지역과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린 것. “매혹적인 이탈리아에 바치는 찬사예요.” 그 결과 베로니카 에트로는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공기가 전해질 만큼 아름다운 리조트 룩을 완성했다. 1990년대 아카이브에서 차용한 프린트는 아이템 곳곳에 새겨졌고 브리지트 바르도부터 소피아 로렌까지 1970년대를 풍미한 여배우들이 입었을 법한 홀터넥 톱과 하이웨이스트 쇼츠, 풀 스커트 등 매혹적인 아이템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팬츠 수트에 실크 프린트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주거나 튜브톱 드레스에 덧입은 코튼 셔츠의 밑단을 묶어 연출하는 등 스타일링 역시 한몫 단단히 했다. 로프 핸들이 독특한 토트백과 플랫 샌들, 챙 넓은 라피아 햇까지 액세서리 또한 빠짐없이 탐났으니! 팬데믹의 비극적 사태를 잠시나마 잊을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쇼를 완성한 디자이너의 역량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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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카우보이, ‘가우초’에게서 영감을 받은 에트로는 전형적인 카우보이 룩에 하우스의 시그니처를 더한 컬렉션을 보여줬다. 라이딩 팬츠와 롱부츠, 프린지 장식으로 마무리한 카디건, 페이즐리 프린트를 더한 실크 스카프와 이리나 샤크의 몸에 완벽하게 맞던 섹시한 턱시도까지. 모두 에트로가 실패한 적 없는 카드다. 베로니카 에트로는 ‘오트 보헤미안’을 지향했다. 느슨한 핏의 라이딩 팬츠, 카우보이 모자와 완벽히 어울리는 러플 드레스, 금사가 섞인 재킷과 베스트에도 에트로 하우스의 재단 실력이 녹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칠흑같이 어두운 런웨이를 고수한 걸까? 어두운 배경이 금빛 수트를, 새빨간 드레스를, 흩날리는 판초를 돋보이게 하긴 했지만 더 효과적인 대안(텐트 밖 화창한 날씨?)이 있어 이해가 가진 않았다. 의문은 쇼가 끝날 무렵 풀렸다. ‘단체복’ 피날레를 고수하는 에트로는 이번 시즌 트렌치코트를 선택했다. 소매와 끝단에 페이즐리 프린트를 새긴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델들은 하나같이 에트로가 선보이는 새로운 가방, ‘블랙 페가소’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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