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ia Beckham

“섬세함도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빅토리아 베컴은 어느 때보다 힘을 뺀 컬렉션을 완성했다. 헐렁한 버튼다운 셔츠와 다리 라인이 비치는 오간자 스커트 차림의 오프닝 룩을 보라. 허리선을 잘록하게 조인 드레스와 킬 힐을 대변하던 그녀가 현재 얼마나 안정된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은 현재 브랜드 빅토리아 베컴이 지향하는 여성성과도 일치한다. 그래서일까. 파우더리한 컬러를 겹겹이 레이어링한 정교한 스타일링에 이어 이따금 등장한 루비 레드 컬러 드레스와 셔츠 역시 부드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엄청난 기교와 장식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파스텔컬러 펌프스 위로 반짝이는 앵클릿(발찌)이 전부였을 뿐.

Thom Browne

쇼장에 <인어공주>의 OST가 울려 퍼졌다. “유니콘과 머메이드를 꿈꾸는 두 소녀 그리고 그들의 꿈에 관한 모든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톰 브라운은 이번 시즌에도 자신의 컬렉션을 꿈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은 모델의 가슴에는 조개껍데기 모양 비즈가 수놓여 있었고, 수트에는 파도와 해초를 연상시키는 장식이 더해졌다. 물론 코스튬에 가까운 의상이 쇼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간자 셔츠와 멀티컬러 재킷, 브랜드를 상징하는 삼색 선이 둘러진 니트처럼 현실적인 아이템 역시 대거 등장했으니까. 한마디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상상력과 현실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