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FORD

톰 포드는 이번 시즌에도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젊은 시절 자신의 아카이브를 되돌아보며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지난 시즌과 달리,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화려하고 과장된 디자인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컬렉션은 아슬아슬한 길이의 스커트와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컷아웃 디테일, 레이스와 벨벳 그리고 타이츠를 매치한 스타일링, 에디 세즈윅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 등 1960년대를 대변하는 요소로 가득했다. “격렬한(fierce), 강력한(powerful), 끝내주는(badass)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특히, 1년간 집에 갇혀 있었던 상태라면 말이죠.” 그가 쇼 노트에 남긴 짧은 말은 새 컬렉션을 완벽히 응축한 듯했다.

TOM FORD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패션계 전체가 1년 이상 길고 긴 동면에 들어갈 것을 직감했습니다.” 대다수 하우스 브랜드가 공장과 아틀리에, 사무실까지 전면 폐쇄한 상황에서 톰 포드는 좌절하는 대신 자신의 전성기를 돌아보고, 젊음의 기록을 재해석하는 컬렉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밝고 긍정적인 색감과 자유로운 모델들의 포즈, 젊음이 느껴지는 강렬한 프린트와 실키한 소재는 패션계에 전설로 남은 톰 포드의 구찌 컬렉션을 떠올리게 만들며 그 의도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톰 포드 하면 떠오르는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분위기와 직선적이며 고급스러운 실루엣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컬렉션은 다시 행복이 찾아올 순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멋진 것보다 우리를 웃게 하는 옷이 필요하니까요”라는 그의 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