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인물 3명이 꼽은, 내 결혼식장에서 울려 퍼지길 바라는 노래.

‘둥지’ – 남진

결혼식에서 틀고 싶은 노래를 생각하니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곡이 있다. 바로 남진의 ‘둥지’!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해줄게. (…) 내 품에 둥지를 틀어봐.” 사랑에 빠지다 못해 돌아버린 사람이 내뱉는 듯한 가사가 자칫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니던가. 사랑이라는 가치가 물질로 비칠 수도 있는 결혼식엔 이 노래가 필요할 것만 같다. 구수한 창법과 신나는 리듬으로 남녀노소 모든 하객의 흥을 돋을 테니 말이다. 사랑하는 이의 팔짱을 낀 채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인생 2막을 향해 유쾌하게 행진하고 싶다. 삼산(싱어송라이터)

‘Septembro (Brazilian Wedding Song)’
– Quincy Jones, Take 6 & Sarah Vaughan

친한 친구의 결혼식 사회 겸 DJ(?)를 맡은 적이 있다. 친구가 행진곡으로 이소라의 ‘청혼’을 꼭 들어야겠다고 하기에, 그렇다면 입장할 땐 이 곡이어야 한다고 우겼다. 열몇 살 무렵 진작 골라둔 노래고, 그맘때부터 누구보다 잘 알고 지낸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에 제격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친구는 곡이 너무 잔잔하다며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이 노래는 발리의 햇살과 소담스러운 야외 식장에 무척 잘 어울렸다. 언제가 될지 모를 내 결혼식을 위해 마냥 아껴두기보다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울은 9월이 가장 아름답다. 제시 유(DJ)

‘Feels So Good’
– Chuck Mangione

생애 가장 기쁜 날일 테니 오래도록 좋아한 곡을 틀고 싶다. 척 맨지오니의 ‘Feels So Good’은 초반 트럼펫 솔로 부분과 후반 합주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고독한 솔로 연주가 이어지다 악기들이 추가되어 아름다운 재즈 펑크 곡이 완성된다. 불안정하고 외로웠던 누군가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 비로소 완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곡. 노래 제목처럼 기분 좋고 가슴이 벅차오를 나의 결혼식에서 이 노래를 틀고 걸어 나가고 싶다. 대희(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