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장식 없는 하얀 피케 셔츠를 상상해보자. 도대체 이 옷을 어떻게 ‘잘’ 입을 수 있을까? 막막하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 여겨지는 것들(이를 테면 흰색 티셔츠나 슬랙스 같은)은 훌륭하게 소화해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같은 이유에서 라코스테, 그러니까 ‘피케 셔츠’와 ‘테니스 슈즈’로 명성을 얻은 브랜드의 컬렉션을 완성한다는 것, 라코스테의 역사와 본질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동시대적인 룩을 창조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임무다. 하지만 루이스 트로터는 이 ‘미션’을 보기 좋게 완수해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에 으레 기대할 만한 것들을 깨끗하게 무시한 채 담백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잘 만든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테니스 룩에서 영감을 받은 롱 플리츠스커트와 청키한 니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코튼 수트, 물처럼 흐르던 저지 소재 맥시 드레스와 부드러운 가죽 코트까지! 모두 ‘프렌치 시크’를 표방하고 있었다. 파리의 한 테니스 코트에서 라코스테 컬렉션을 보며 테니스는 본래 우아한 스포츠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