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민혁

혼자 사는 민혁

아침에 일어나 빨래를 하고 방을 치웠다. 고양이 두 마리를 챙기고 꽃꽂이를 하고 나니 하루가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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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스웨터 마르니 바이 쿤 청담(Marni by Koon Chungdahm), 팬츠 유밋 베넌 바이 쿤 청담(Umit benan by Koon Chungdahm), 화이트 셔츠와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청소는 청소기가 한다지만 자꾸 미루게 되는 건 플러그 꽂는 게 귀찮아서예요. 막상 밀기 시작하면 별것 아닌데 청소기를 꺼내고 콘센트에 꼽는 과정이 번거롭죠. 무선 청소기를 가까이 두고 수시로 사용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만 유선 청소기로 청소해도 집이 항상 깨끗해요. 설거지는 설거지거리가 나오는 즉시 하는 게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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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 모두 플러스 바이 커드(Flus by Kud), 티셔츠와 슈즈, 행거치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혼자 살아본 ‘경력’은 꽤 중요한 결혼 조건이 될 수 있음을 결혼 후 살면서 깨달았다. 삼시 세끼를 제 힘으로 챙겨본 남자는 적어도 ‘청소는 청소기,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 않나?’ 하는 식의 ‘망언’은 하지 않는다. 샤워 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것 같은 올바른 습관도 자동 탑재돼 있을 확률이 높다. 티 안 나는 집안일에서 동반되는 사소한 짜증을 공감한다는 것만으로도 ‘혼자남’은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1년 차 혼자남 강민혁은 요즘 살림의 노하우를 하나씩 깨치는 중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접하기 전까지 그가 이토록 ‘야무진’ 청년인지 몰랐다. 동시에 이렇게 담백한 남자인지도 미처 몰랐다. 씨엔블루의 이름으로 전 세계를 돌며 콘서트를 하고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그지만 요리를 하기 앞서 블로그를 검색하고, 홀로 추어탕집에 들어가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한 그릇을 시원하게 비운다. 함께 사는 고양이 두 마리를 살뜰히 챙기고, 정기적으로 꽃꽂이를 한다. 촬영 당일 강민혁은 약속 시간에 정확히 등장했다. 촬영 소품인 전정가위와 빗자루 등을 유심히 살피던 그는 “집에 이 가위 두 개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심지어 준비해둔 꽃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멤버들과 7년을 함께 살았어요. 지난해 10월 숙소 계약 기간이 만료돼, 상의 끝에 전원이 동시에 독립했죠. 또래에 비해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지만 완벽한 의미의 독립은 아니었으니까 설레더라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데 로망이 있잖아요. 집도 예쁘게 꾸미고 살 것 같았는데 잘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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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팬츠 모두 발렌티노 바이 무이 청담(Valentino by MUE Chungdahm), 터틀넥 풀오버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하니 높낮이의 변화가 크지 않은 목소리, 차분한 표정으로 솔직한 얼굴을 드러내 보인다. “<나 혼자 산다>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서 편안해요. 즐겁게 하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은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의도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고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기획된 프레임 안에서 연출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방송임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그냥 ‘진짜’가 좋아요.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눈에 보일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때로 제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자신 앞에 놓인 기회와 꿈, 재능과 적성 등 20대 청년의 건강한 고민이 담담히 전해졌다. 그는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자신의 감정도 명료하게 표현할 줄 안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소리가 바깥으로 안 나와요. 혼자서 부글부글.(웃음) 스스로 재능이나 끼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준비를 예민하게 하는 편이에요. 잘할 수 없는 것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스트레스도 받고요.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보다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예능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쉽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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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팬츠 아미(Ami), 뱅글 모리(Moree), 화이트 셔츠와 뱅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악만큼이나 그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 연기다. 2010년 영화 <어쿠스틱>을 시작으로 같은 해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 2011년 <넌 내게 반했어> 등의 작은 역할에서 출발해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자신의 얼굴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그리고 2013년 <상속자들>로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했다.

“욕심을 부린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욕심과 여유를 함께 가져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욕심만 있었다면, <상속자>부터는 욕심과 여유를 함께 갖게 된 것 같아요.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자유롭게 답을 채워가고, 언젠가 내 연기가 누군가에게 답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모니터링 하면서 ‘저렇게 연기해도 되나?’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복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해요.” 강민혁은 음악만큼 오랫동안 연기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바람대로 사이코패스나 살인마 같은 지독한 악당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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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아미(Ami), 팬츠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 화이트 셔츠와 스카프,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와 예능을 고루 해내지만 강민혁이 최대출력을 내는 자리는 드럼 앞이다. 본래의 자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듯 드럼 스틱을 잡는다. 2009년 일본 인디 신에서 EP 앨범 〈Now or Never, Voice〉를 발매하며 데뷔한 씨엔블루는 당시 길거리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혁은 일본에서 쌓은 경험을 미화하지 않으려는 눈치다. “일본에서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어요. 다 그렇게 시작하니까요. 대부분의 밴드가 클럽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다가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하고 방송을 시작하잖아요.” 그는 여전히 밴드 음악이 좋다. “댄스 그룹은 만약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춤이 될 뿐 미완성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밴드는 무대 위 4명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음악이 완성될 수 없어요. 공연 준비를 완벽하게 할수록 재미있어요. 불안 요소가 있으면 그만큼 즐길 수 없으니까 신나게 놀기 위해 철저하게 연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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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푸쉬버튼(pushbutton), 데님 재킷과 팬츠, 슈즈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씨엔블루는 지난 9월 14일 정규 2집 앨범 <투게더(2gether)>를 발표했다. 1년 7개월 만이다. 타이틀곡 ‘신데렐라’를 포함 ‘숨바꼭질’ ‘롤러코스터’ ‘히어로’ 등 자작곡 11곡을 담았다.

“씨엔블루를 아이돌로 보는 사람들에게 6년이라는 활동 기간은 꽤 긴 시간이죠. 늘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니까요. 소위 저물어가는 그룹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뭐, 괜찮아요. 우리가 기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밴드 음악을 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번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가진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모든 곡이 좋으니 반드시 전곡을 들어보세요. 트랙 순서대로 들으면 적어도 중간에 끊을 일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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