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mcmacumr03_01

미국의 예술가 스티브 램버트(Steve Lambert)가 말했다. “우리가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이유는 유토피아라는 꿈이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토피아가 없으면 길을 잃는다. 꿈꾸는 목적지가 없다면 방향을 잃은 채 막연한 미래를 맞이할 뿐이다. 유토피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1960년대부터 약 20년간 여러 나라에서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그대로 펼칠 수 있는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공동체들은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늘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사진가 카를로 베빌라콰(Carlo Bevilacqua)는 각국의 사람들이 조금씩 완성해가는 유토피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냈다.

프리덤 코브(Freedom Cove), 캐나다

밴쿠버 섬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만(Cypress Bay)에는 조금 특별한 집이 있다. 멀리서부터 선명한 색깔의 지붕과 울타리가 시선을 사로잡는 구조물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이곳은 웨인(Wayne)과 캐서린(Catherine)이 자연에 속한 삶을 살기 위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수상 가옥 프리덤 코브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 주택부터 정원과 온실까지 촘촘히 연결된 복잡한 구조가 돋보이는 신기한 건축물이다. 물 위에 뜬 작은 집부터 시작해 조금씩 그들에게 필요한 시설물을 지으며 동선을 확장한 결과물이 바로 이곳이다. 웨인과 캐서린은 완벽한 자급자족을 꿈꾼다. 여름에는 근처 폭포수를, 겨울에는 물탱크에 모아둔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며, 온실에서 키운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프리덤 코브는 오로지 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세상이다. 이 건축물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과 기후의 영향에 따라 팽창과 축소를 거듭한다. 거대한 숲에 둘러싸여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기로 선택한 웨인과 캐서린은 매일 새로운 일상을 마주한다.

 

 

1605mcmacumr03_04

다만후르(Damanhur), 이탈리아

다만후르는 1975년 이탈리아에 북부 만들어진 땅속 마을이다. 종교 활동과 명상을 위해 지어진 이곳은 20년에 걸쳐 완성되었는데,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무려 30미터 깊이의 땅속에 5층 구조를 이루고, 서로 다른 공간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지하 건축물 다만후르에서는 정치와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8백 명이 넘는 주민이 공동체를 이뤘다. 신에 대한 경배와 영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지어진 이곳은 현재 자연과 함께 나누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아름다운 지하 마을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후르의 사람들은 유기농 농·축산물을 얻고 친환경 공법으로 건축물을 가꾼다. 환경 에너지 회사를 설립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운영하며 자연과 인류를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오로빌(Auroville), 인도

오로빌은 남인도 타밀나두(Tamil Nadu) 주에 있는 실험 도시다. 1968년 미라 알파사(Mirra Alfassa)가 설립하고, 건축가 로제르 앙제르(Roger Anger)가 설계한 오로빌은 인류의 동질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유네스코의 지지와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 저마다 사회계층과 환경, 문화가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무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로 지어졌지만 오로빌의 현재 인구는 50개국에서 온 2천3백5명이다. 오로빌은 바닷물이 차오른 침식 대지와 사막화가 진행된 숲 사이에 지어졌다. 이 특별한 마을이 만들어지던 당시 최우선시한 과제는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의 숲을 재건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2백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건축물을 위해 숲을 망치고 나무를 뽑아내지만, 오로빌의 사람들은 자연과의 공존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