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이 다가오면 본인도 모르게 팥죽 생각이 절로 납니다. 1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풍습입니다. 팥죽을 먹어야 귀신을 쫓아낸다는 옛이야기는 괜스레 팥죽 가게를 찾아보게끔 하죠. 12월 22일 동짓날에 따뜻한 팥죽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팥죽 맛집을 소개합니다.

인사동 귀천

인사동의 좁은 골목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귀천’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찻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을 발견하면 故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구절이 머릿속에 떠오르죠. 천상병 시인 부인의 조카분께서 운영하는 귀천은 모과차, 금귤차, 대추차 등 여러 가지 차와 단팥죽을 만드는 38년 전통의 찻집입니다. 차분한 클래식 음악과 아늑한 공간 그리고 오래된 책과 그릇들이 손님을 반깁니다. 인사동이라는 동네의 결과 가장 잘 맞닿아있음을 현관에서부터 느낄 수 있죠. 귀천의 통단팥죽은 새알심없이 오직 팥의 담백함으로만 승부합니다. 팥죽 위에 자리잡은 잣과 마카다미아가 팥죽의 고소함과 식감을 한층 돋우죠. 특히 팥죽과 함께 내어주는 유과는 깔끔하게 입가심을 할 수 있는 디저트니 식사 후 꼭 먹기를 추천합니다.

주소 I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4

삼청동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이곳보다 겸손한 식당이 어디 또 있을까요?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은 스스로가 서울에서 둘째로 잘한다고 말하며 겸손함과 자부심을 동시에 내비칩니다. 삼청동을 대표하는 해당 가게는 단팥죽이 맛있기로 유명해 항상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찻집이자 팥죽집입니다. 단팥죽과 쌍화탕, 이 두 가지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것이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을 완벽히 즐기는 방법입니다. 단팥죽이 쌍화탕의 씁쓸한 맛을 달콤하게 달래주며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인데요. 밤과 은행, 울타리 콩, 계피 가루가 고명으로 들어간 해당 단팥죽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큼직한 찹쌀떡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찹쌀떡은 단팥죽에 말랑말랑한 식감을 자랑하죠. 그릇의 바닥이 보일 때쯤이면 ‘서울서첫째로잘하는집’으로 식당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주소 I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2-1

성수동 소적두

정갈한 단팥죽을 먹고 싶다면 성수동에 위치한 ‘소적두’를 추천합니다. 강원도 산간지역의 최상품 팥인 소적두로 만든 가마솥 단팥죽과 옹심이 단팥죽이 소적두의 대표 메뉴입니다. 너무 달지 않은 맛으로 담백한 팥의 맛을 느낄 수 있죠. 큼직한 새알심을 입에 넣으면 찹쌀과 팥의 풍미가 한가득 퍼집니다. 더불어 소적두는 눈꽃 팥빙수와 단팥빵으로도 유명합니다. 팥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 시원한 팥빙수를 디저트로 곁들여봐도 좋겠죠? 원래 차가운 디저트는 한겨울에 먹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주소 I 서울 성동구 상원6길 8

인사동 담장옆에국화꽃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말이 있죠. 인사동에 위치한 ‘담장옆에국화꽃’은 본연의 맛에 충실하면서도 정갈하고 소담한 한국 디저트를 내보이는 디저트 카페입니다. 안녕인사동 건물 안에 있는 담장옆에국화꽃은 떡의 명인인 오숙경 명장이 만든 곳으로도 유명하죠. 곱게 갈린 팥과 고명으로 올라간 잣 그리고 향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계피 가루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맛의 향연으로 이끕니다. 이곳에서는 당도가 가장 높은 고운단팥죽부터 중간 정도의 통단팥죽, 달지 않은 무가당 통단팥죽까지 원하는 취향대로 팥죽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의 디저트를 현대식으로 해석한 CCOT 시그니처 디저트 세트는 구움 국화떡, 개성식 모약과 개성 주악, 양갱떡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맛을 모두 맛볼 수 있습니다.

주소 I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9 안녕인사동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