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여행

그림과 여행

그림책이라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책을 덮을 때쯤 떠나고픈 욕망으로 몸과 마음이 괴로워질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여행 그림책 3

아티스트의 세계 여행

<루이 비통 트래블 북>

세계 곳곳에 포진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도시를 주제로 일러스트 북을 만들어온 루이 비통. 북극, 런던, 에든버러, 뉴욕 등에 이어 지난 5월 파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편을 추가했다. 벨기에 출신의 그래픽 노블 작가 브레히트 에벤스가 파리 편을 맡았는데 그에게 파리는 총천연색의 곡선이 넘실거리는 에너제틱한 도시다. 1년 내내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루브르 박물관과 콩코르드 광장, 튈르리 정원과 생토노레 거리의 북적임을 특유의 색감을 동원해 아름답게 표현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류샤오동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왔다. 지아장커, 장위엔, 왕샤오슈아이 등 영화감독들과 협업해온 그간의 이력을 살려 실사 사진 위에 페인팅을 덧대는 등 독창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를 재해석했다. 야생보호구역의 기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코끼리 떼 등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때로는 거칠게 표현했다.

 

 

‘골목산책러’들에게 권함

이나피스퀘어 북 시리즈 vol. 1 <TOKYO>

연인인 박이나와 최필선이 지난 5월 도쿄를 여행하며 박이나가 드로잉과 글을 종이에 옮기고 최필선이 기획과 제작 전반을 맡아 완성한 독립 출판물이다. 짧고 간결한 문체, 군더더기 없는 드로잉은 감성으로만 치장한 여행책과 다른 ‘덤덤한’ 매력을 풍긴다. 이들은 도쿄 여행자라면 한번쯤 들르는 시부야나 오모테산도 같은 도심을 다니지만 뒷골목만을 찾아다닌다. 관광객들을 의도적으로 피해 다니는 이들의 여행 스타일에 공감한다면 흥미로운 스팟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빈티지 가구가 놓인 오래된 숙소 프린세스 가든 호텔, 현지인이 사랑하는 고엔지의 돈가스 식당 로즈테이, 옷과 생활용품을 셀렉팅하고 브런치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나카메구로의 1LDK 아파트먼트 등 취향 저격당하기 딱 좋은 젊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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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은둔기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유럽 북쪽 끝의 섬나라, 신화와 전설로 무장한 환상의 땅 아이슬란드. 하지만 이곳을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아이슬란드는 ‘햄버거 하나에 5만원’이라는 풍문을 지닌 살인적 물가의 나라로 얼굴을 바꾼다. 엄윤정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 큰돈 들이지 않고 오래 머물기 위해 아이슬란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지원했다. 올라프스피외르뒤르라는 끝내 외울 수 없는 이름의 어촌 마을에서 40일간 머물며 그림과 글을 남겼다. ‘누군가 파란 셀로판지로 인공조명을 비추고 있는 것’ 같다고 회상한 새파란 새벽빛을 목격하며 그녀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왜 트롤이나 엘프 등 요정의 존재를 믿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먼저 반한 음식이라 극찬했던 ‘튀크(Tuc)’라는 비스킷이 알고 보니 벨기에산이라는 사실 등의 소소한 유머도 사랑스럽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의사의 봉급이 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 곳 사람들은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 터라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을 취하는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을 때쯤 못 견딜 만큼 아이슬란드로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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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 사람들 @눅서울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 @눅서울

게스트하우스에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머물다 간다. 그곳에 드는 이들에게 행복한 여행의 순간을 채워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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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역사를 품은 9.3평 이호영

눅서울

“제가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3년 전쯤부터 호텔에 가지 않고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어요. 유명 관광지보다는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주로 가게 되고요. 에어비앤비 덕분에 누군가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진짜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고, 그를 계기로 내 삶이 풍요로워진 만큼 나의 공간 역시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졌죠. 눅서울은 80년 된 주택이잖아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건물을 주인 한 사람이 독식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후암동의 3층짜리 허름한 목조 주택은 20여년간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한 이호영씨의 손길이 닿으며 ‘눅서울’로서 새 삶을 얻었다. 원형을 보존하며 새 모습을 갖추기 위해 공들인 과정을 듣고 있자니 이곳을 하룻밤 자고 떠나는 게스트하우스라 부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