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otAllMen이 과연 맞나?

많은 사람이 지금의 #MeToo 운동을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행동을 한 남자들만의 문제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제야 밝혀진 몇몇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부당한 상황을 지켜보는 주변인들이 있었고 그들이 가진 권력은 그 모든 것을 눈감아줄 만큼 대단했다는 것이다. ‘암적인 존재’라는 말은 너무나 진부한 표현이다. 권력 자체를 문제시하지 않고 ‘권력의 남용’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얽혀 있는 여성 혐오증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유명한 남자들에게 관심의 초점이 몰리는 바람에 우리도 모르게 성폭력의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문제다. 그래도 지금의 움직임은 분명 희망적이다. 이젠 정말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프 셔릿(작가, <에스콰이어> <버지니아 쿼터리 리뷰>의 기자) 

 

 

2 성폭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법률적으로 볼 때 성폭력으로 간주되는 행동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행위가 ‘의도적’으로 해석되는가? 아니면 ‘사회 통념적’ 수준으로 해석되는가? 둘째, 상사가 성적인 행위를 고용의 조건으로 요구했는가? 성폭력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그럴싸하게 둘러댈 수 있는 행동들을 모든 여성이 겪고 있다.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성적 농담을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행동들은 주로 여성에 대한 반감을 일으키거나 함께 일하는 여성의 격을 낮추기위해서 처벌하기 어려운 선에서 행해질 때가 많다. 남자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성적 대상으로 보이는 여성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여기지 않는다. 몇 년 전 한 파티에서 동료 한 명이 내 엉덩이를 만진 건 품위 없이 드러난 그의 성적인 욕구가 아니었다. 직장 내에서 내 위치를 알려주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화가 나는 건 성적 대상이 되면 자신감이 꺾인다는 사실이다. 여성은 스스로를 남성보다 덜 유능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영복을 입고 수학 문제를 푼 여성들이 스웨터를 입고 문제를 푼 여성들보다 점수가 낮았다고 한다. 성폭력은 여성을 직업상 불공평하게 이용하거나 인격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해서 혹은 대가성으로, 혹은 의도적이거나 통념적으로도 행해져서는 안 되며, 법의 적용도 달라져야 한다. 더러운 행동들은 그 자체로도 악하고 법의 심판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 만연해 있음을, 더 이상 여성들에게 증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을 겪고, 그 일로 그들이 고통을 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통 자체가 중요하다. 질 필리포빅(변호사, <H-스폿: 페미니스트의 행복 추구(The H-Spot: The Feminist Pursuit of Happiness)>의 저자 

 

 

3 여론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피해

나는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던 2007년 룸메이트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고, 2011년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여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이곳 미국에서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처음으로 맞선 용기 있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의 조국에서는 아르젠토를 ‘성공을 위해 품위를 포기한’ 거짓말쟁이 ‘창녀’로 일축해 버린다. 내가 겪은 일과 너무나 흡사해서 나는 방송 보도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2007년 이탈리아 언론은 내 SNS 기록과 일기를 무단으로 퍼 나르면서 내 성적 취향이 정신병의 증거라는 듯 일반에 공개했다. 샤워하고 남자친구와 키스하고 울거나 웃는,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시기의 내 모습이 유죄의 증거처럼 왜곡되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 볼 때 사진 속 나는 친구를 잃은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자가 확실했다.

아르젠토에게도 비슷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그녀의 이전 작품을 파헤쳐서 그녀를 비방한다. ‘먼저 저지르고 나중에 징징거리며 회개한다’라는 제목의 한 기사에는 아르젠토가 반나체로 개의 얼굴을 핥는 사진이 실렸다. 깜짝 놀랄 만한 이 사진은 그녀가 2007년에 찍은 코미디물인 <고 고 테일스(Go Go Tales)>의 한 장면일 뿐인데, 전혀 상관없는 제목 아래 붙여놓으니 엉뚱하게도 범죄행위처럼 보인다. 언론에 비친 아르젠토는 성폭행당한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많은 사람이 피해자의 행동은 어딘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경험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대한 사람들의 가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친구가 살해되거나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정상적인’ 반응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피해자들을 ‘일반적인 상식’의 기준에 묶어두려 하는 이상, 우리는 그들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이탈리아 언론은 내게는 살인을 위해 몸을 파는 창녀라는 꼬리표를, 아르젠토에게는 성공을 위해 몸을 파는 창녀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당한 지위를 빼앗기고 웨인 스타인 같은 괴물들의 권력은 더 강해지는 것이다. 아만다 녹스(작가, 사회운동가) 

 

 

4 남자들이 말하기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키스하려고 다가갔는데, 그 여자가 너무 늦게 피했다면 선을 넘은 거냐?” 한 친구가 물었다. 자기 집으로 가자고 여자에게 말했는데, 여자가 계속 싫다고 했다고 말한 친구도 있다. 만약 침실로 데려가려고 여자한테 사귀자고 넌지시 말한다면? 이것도 성폭력인가? 소설에서 여자 동료에게 섹스를 강요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우리는 밤에 맞이할 데이트 장면을 상상해보지 않았나! 남자들은 왜 성폭력에 대해 말하기를 꺼릴까? 아마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인 우리는 권력의 가장 큰 장점이 쉬운 섹스라고 배웠다. 포르노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오디션 장소에서 옷을 벗는 장면이 나오면 그 여자가 뭔가를 바라고 남자에게 갔다고 단정 짓는다. 권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진짜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없는 거라고 배웠으니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느리게 우리는 우리만의 환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제시 배런(<하퍼스 바자> <에스콰이어> <뉴욕타임스>의 기자)

 

 

5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 이게 왜 내 문제가 되지?

남자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일터에서 잘리지 않고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은 대다수의 남자는 결백을 주장하기에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 여성들이 겪은 고통에서 남성들이 겪는 가상의 불편함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겨보려는 불순한 시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마녀사냥의 공포에 겁을 먹고 움츠리며 많은 남성이 자신들이 공모한 수많은 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많은 남성이 최소한 상사나 동료 혹은 존경하는 누군가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한 데 대해서는 유죄다. 그런 남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지한 것도 분명한 잘못이다. TV 프로그램인 <액세스 할리우드 (Access Hollywood)>에는 “엉덩이를 잡아”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그 앞에는 ‘스타가 되면’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당연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엉덩이를 잡았든 잡지 않았든, 우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고 여겨왔다. 권력에 기대지 않은 남자들은 자신이 괜찮은 남자라고, 그리고 상대적인 무능이 오히려 미덕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난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어쩌면 “난 절대 갖지 못할 거야”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A. O. 스코트(<뉴욕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6 나의 멘토

나의 멘토는 애플 뮤직의 대표인 지미 아이오반이다. 그는 패션에 대한 안목 또한 훌륭하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에게 “아주 멋진 드레스네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와, 정말 죽여준다. 섹시하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샴페인 파티를 끝내고 다 같이 클럽에 갔다가 지미가 나와 내 친구들을 집에 데려다준 적이 있다. 내 친구 하나가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지미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줄라 정말 예쁘지 않아요?” 지미는 정색을 하고, 술이 확 깰 만큼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안줄라를 그런 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난 그녀 회사의 이사진 중 한 명이고, 투자자예요. 안줄라는 매우 뛰어난 사업가입니다.” 그때 그 차 안에서 자부심으로 빛나던 나를 기억한다. 지미는 수백만 달러의 돈을 내 회사에 투자했지만, 그가 나의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든 건 그 돈이 아니라 그날 그가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안줄라 아카리아(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트리니티 벤처(TRINITY VENTURES)의 파트너)

 

 

7 가해 남성의 동료가 전하는 말

2017년에 동료 진행자이던 찰리 로즈가 8명 이상의 여성을 성폭행한 죄로 기소돼 해고당했다. 나는 오랫동안 찰리를 존경해왔기 때문에 그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친구를 버리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이것이 지금 나의 심정이다. 이 길의 끝에 이 일을 겪은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고 치유할 방법이 있겠지만, 솔직히 그 길을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 내어 이야기해준 여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는 남성을 혐오하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남성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밝혀질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어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게일 킹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