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가 – 최은미, 황현진

문학 시리즈 '테크아웃'에 함께한 8인의 소설가가 말하는 '쓰는 삶'.

소설, 소설가 – 최은미, 황현진

문학 시리즈 '테크아웃'에 함께한 8인의 소설가가 말하는 '쓰는 삶'.

소설가의 단편소설 한 편에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문학 시리즈 ‘테이크아웃’. 매달 두세 권씩 출간되고 있는 이 기획에 함께한 8인의 소설가들과 나눈 소설을 쓰는 삶에 대하여.

테이크아웃 문학 시리즈 최은미 황현진 소설가
최은미 니트 원피스 마인(Mine), 샌들 토리 버치(Tory Burch). 황현진 버건디 벨트 원피스 쁘렝땅(Prendang), 구두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 Kristie).

‘테이크아웃’ 기획이 어떤 점에서 흥미로웠나? 최은미(이하 최) 단편소설 한 편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것. 보통 여러 편의 단편소설이 책 한 권으로 묶이기 때문에 장편보다 단편이 독자의 접근이 제한적이다. 황현진(이하 황) 일러스트를 더한다는 기획의 결과물이 무척 궁금했다. 다른 장르의 예술에 호기심도 조금 생기고 다른 장르의 사람들은 어떻게 작업할지 알고 싶었다. 함께 작업한다고 하니 즐겁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한 명의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최 글과 일러스트의 비중이 비슷하다. 이전에는 소설에 삽화가 들어가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소설은 언어 자체로 완결성이 있기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그림이 들어간 책의 완성본을 보고 소설의 분위기나 정서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실감했다. 일러스트가 소설과 잘 맞았다. 나의 글을 다른 형태로 경험해서 새로웠다. 조금 의지가 되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힘이 되었다.

테이크아웃 시리즈를 위해 이번 단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 발표한 작품 중 한 편만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여러 단편을 묶어서 낼 때와 선택의 기준이 달랐다. 소설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 사람의 삶에 대해 단편으로 쓸 때는 삶 전체를 드러내기보다 부분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부산 이후부터>는 한 사람에 대해 비교적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골랐다. 발표 작품 중 사람들이 좀더 같이 읽어주었으면 하고 애정이 가는 작품이 <정선>이었다.

단편소설이란 뭘까? 초등학생 사이에서 슬라임이 유행하지 않나. 바닥 풍선을 만들어 뾰족한 것으로 찌르면 형태가 으스러지는데 단편소설도 그런 것 같다. 어느 한 부분을 딱 꼬집었는데 갑자기 나를 둘러싼 세계의 색깔이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경험을 담은 것이 단편소설 아닐까? 한 지점을 포착하거나 꼬집었을 때 환기되는 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식이다.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단편소설은 뭔가를 터뜨리는 도구 같다. 풍선이라는 세계가 있으면 누군가는 손으로 뜯어서, 누군가는 힘을 줘서 터뜨리는데 그 도구가 단편소설인 거다.

글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그럼에도 글이 가진 힘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즉각적인 감각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을 한 번 거친다. 그 과정이 주는 자유로움이 있다. 영화를 보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글을 읽을 때만 나를 대입하게 된다. 영화를 볼 때는 그 주인공이 나라고 가정하지 않고 재미있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반면, 글은 타인의 이야기란 걸 알면서도 내 이야기인 것처럼 읽게 된다. 주인공이 존재하는 공간이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읽은 후에도 계속 잔상과 함께 질문도 남고.

무엇 혹은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나 자신을 위해. 내가 나를 긍정할 수 있을 때가 글을 쓸 때이다. 전에 잠깐 심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상담 선생님께 내 단편소설집을 보내드린 적이 있다. 책을 읽은 선생님이 ‘은미씨가 자신을 알기 위해 여전히 애쓰는 게 느껴졌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때 생각했다. 나는 나를 알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있구나. 쓰지 않거나 읽지 않으면 내가 나를 싫어할 것 같다. 작가가 되기 위해 등단하고자 노력했고,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쓰는 그 순간에는 누구도 위하지 않는 느낌으로 쓰려고 한다.

한 편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의 색깔. 비록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그 작가만의 뭔가가 느껴지면 그 소설이 좋다. 우리는 보통 타인에게 엄격하다. 작은 실수나 잘못 혹은 죄가 될 수도 있는데 소설로 얘기한다면 그런 행동에 대한 이유까지는 아니어도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인물의 맥락, 행동의 논리.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큰 위기가 있다면? 맥락과 이어지는 얘긴데, 소설 속 인물을 지나치게 보호해서는 안 된다. 행동에 대해 맥락을 짚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무도 위하지 않는 마음과 방식으로 써야 하는데 구구절절 변명하려고 할 때가 고비다. 나에게 실망스러운 순간이기도 하고. 갑자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재미있는 생각을 아무도 안 했을 리가 없어. 누군가 분명 썼을 거야.’ 글을 쓰는 행위가 부질없게 느껴지면서 허무감과 고립감이 찾아올 때도 좀 위험해지는 순간이다.

소설을 완성한 후 가장 먼저 누가 읽나? 문예창작과 다닐 때 하던 습관 때문에 초반에는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글을 쓰다 회의감이 드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반영하지 않고 내가 오롯이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몇 년을 붙들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수록 자신감은 더 떨어진다. 요즘은 끝까지 붙들고 있지 않고 마지막으로 넘기기 일주일 전, 3일 전쯤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 딱 한 명에게 보여준다. 완성된 소설을 누군가에게 통째로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신 한 장면이나 단락을 가족에게 읽어주곤 한다. 어떨 때는 스마트폰 음성 메모에 녹음해서 한번 들어본다. 전체는 아니고 짧은 단락 단락을.

최근에 경험했던 일 중 소설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1980년대쯤인 것 같은데, 초여름에 시멘트 담장 앞에서 찍은 누군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누구 집에나 있을 법한 어린 시절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 속 여자아이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가 많은데, 한번은 필름을 현상했더니 내가 찍지 않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물속인 것 같았고 명확하게 무엇이 찍혔는지 알 수 없는 사진이었는데, 인물은 다들 외국인이었다. 현상소에 전화해 내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럴 리 없다며 내 것이 맞다고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 문장이 주는 위압감도 있고. 낯설고 기이했던 그 순간을 글로 쓰고 싶었는데 일기로만 남겨두었다. ‘소설로 써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이상하게 잘 써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모니터에 떠 있는 대기 환자들의 이름을 봤더니 모두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 이름의 주인에게는 실례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소설에 등장시키고 싶어 적어두었다.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지금 쓰는 이야기를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 아는 이야기, 아는 사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며 인물에게 일어나는 변화와 삶을 자꾸 확인하고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쓰면서 알아간다고 생각하며 쓴다.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어떤 것.

About the Author:

추석 해피 트립 – ①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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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해피 트립 – ① 양평

추석 해피 트립 – ① 양평

추석 연휴 중 떠나기 좋은 곳 추천.

이번 추석 서울에 머무를 예정이라면 근교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 시간만 투자하면 닿을 수 있는 곳, 그 첫 번째는 양평이다.

EAT+DRINK

하우스 베이커리

@haus_bakery_moonhori

한옥을 개조해 만든 ‘하우스 베이커리’는 이른 아침부터 고소한 빵 내가 풍긴다.
프랑스와 영국 정통 베이커리의 방식으로 ‘데일리 브레드’를 만드는 게 이곳의 목표.
유기농 밀가루와 무염 버터를 사용하고,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밀의 비율을 낮추고 소화에 좋은 곡물의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인 것이 이 집 빵의 특징이다.
종류야 다양하지만 꼭 먹고 와야 하는 베스트 셀러는 생크림이나 아보카도, 햄과 양상추 등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워 넣은 크루아상.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338-1
문의 031-772-8333

제너럴 플랜

@cafe_general_plan

서울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하기 좋은 카페.
새하얀 건물 주변에는 파라솔과 해먹이 놓인 테라스가 있고, 내부엔 각종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
라즈베리와 초코 등 4가지 맛의 보틀 밀크티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사장님이 직접 만든 시럽을 사용해 건강한 맛이 난다.
최근 판매하기 시작한 ‘에그에그 토스트’는 두꺼운 식빵 위에 마요네즈,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함께 버무린 계란을 올린 메뉴.
예쁘고 맛도 좋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1151
문의 031-775-8166

양평 꽃국수

@ggocgugsu

‘양평 꽃국수’의 표지판 너머로 알록달록한 꽃이 줄지어 피어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 식당 안에 자리를 잡으면 열무김치 국물을 붓고 완도산 활전복을 올린 ‘전복열무국수’를 맛볼 수 있다.
충남 예산에서 70여 년째 대를 이어오는 ‘쌍송국수’의 중면을 활용해 면발이 더욱 찰지다.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면 소갈비를 우려낸 육수로 맛을 낸 ‘송이갈비국수’를 추천한다.
얼마 전부터 백향과 향이 느껴지는 레드와인 ‘꽃술’을 출시했으니 부추전에 곁들여 은은하게 취해보는 건 어떨까.
주소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길127번길 10
문의 031-772-1337

STAY

에이앤디 클라우드

@andcloud_stay

작가와 예술인이 유난히 많이 거주하는 양평의 문호리.
이곳에 한 건축가 부부가 일상을 잊고 뜬구름 하루를 보내기 좋은 펜션 ‘에이앤디 클라우드’를 오픈했다.
‘아트 스테이’를 지향하며 라운지에 다양한 아트 서적을 구비했고, 객실의 침구와 어메니티까지 주인장의 까다로운 취향을 바탕으로 엄선했다.
루프톱 테라스에선 맥주와 와인을 즐기며 해질녘 북한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당목뿌리길 75
문의 070-8248-5345

책 속에 풍덩

@bookpungofficial

뾰족한 지붕이 돋보이는 단출하고 아담한 집.
‘책 속에 풍덩’에 머물다 간 사람들은 이곳을 ‘세모집’이라고 부른다.
통유리창 너머로 울창한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아침이 되면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투숙객을 위한 산책로도 만들고, 계곡 옆에는 북 카페를 운영 중이다.
끝나가는 여름이 아쉽다면 야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용문명 중원리 540-8
문의 010-4747-6001

EXPLORE

구둔역

@kudunkr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자 2012년 폐역으로 지정된 구둔역은 양평을 찾은 여행객이 반드시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대합실을 그대로 보존해둬 옛 흔적을 느낄 수 있고, 500살이 넘은 향나무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이제훈이 나란히 걷던 기찻길, 그리고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커버 사진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니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 꼭 들러 ‘인생 샷’을 남겨 보자.
주소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구둔역길 3
문의 031-771-2101

오브오브

@iam.of

오브오브는 사소한 영감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더욱 반짝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브제를 모은다.
“작은 것일수록 훨씬 더 많은 고민을 들인다”는 설명과 딱 들어맞는, 비좁은 공간이지만 벽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공간.
도자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은 모두 이곳 소속 작가와 함께 자체 제작했다고.
가을을 맞아 개편을 앞두고 있으며, 온라인 쇼룸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중미산로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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