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영
마운틴 러너이자 10년 차 에디터 장보영. 스물다섯 살에 종주한 지리산을 시작으로 국내 여러 산을 거쳐 히말라야와 알프스, 아시아의 수많은 산에 올랐다. 그러다 산을 달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산과 달리기에 관한 글을 쓰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에 출간한 에세이집 <아무튼, 산>이 그 결과다.

나의 첫 산행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산간 마을 인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산은 공기처럼 익숙한 대상이다. 그런 산이 이전과 다르게 다가온 때는 출판사에 입사한 후.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막연히 산을 오르면 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가장 마음이 동한 곳이 바로 지리산이다. 종주 뒤 알게 된 점은 눈 앞의 산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 산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 산에 들어서면 자연의 기운에 압도된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한낱 작은 인간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세상이 발치에 놓여 있을 때 산 위의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된다. 그러면 과도한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최고의 풍경 2014년 여름에 만난 몽블랑의 하늘 호수 락블랑. 새벽 4시의 검고 뿌연 어스름을 뚫고 3시간에 걸쳐 다다른 곳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듯 정지된 풍경 앞에서 내 시간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눈 앞에 생생하다.

극악의 난이도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중 피상 마을을 지날 때의 나는, 등산을 이제 막 시작한 초보였다. 짐을 들어주는 포터 없이 15kg의 배낭을 직접 메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그재그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동안 너무 괴롭고 힘들어 길가에 몇 번이고 주저앉았다.

당신을 위한 국내 산 초급자라면 경기도 양평의 부용산을 추천한다. 지하철 경의중앙선 신원역에 위치해 자가 차량이 없어도 이동하기 좋고, 무엇보다 해발 366m에 전체 코스 4km(신원역~부용산~양수역)로 산행 난이도가 낮아 부담 없이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풍경과 건너편 운길산~예봉산 능선의 비경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중급자라면 소요산역 인근, 해발 587m의 소요산 하백운~자재암 코스를 추천한다. 등산객으로 붐비는 북한산이나 도봉산과 달리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다양해 당일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유동적으로 선택해 오르내릴 수 있으며 산행 중 중도 이탈할 수 있는 하산 코스도 여러 개다.

함께 둘러볼 곳 부용산이 있는 신원역과 양수역은 남한강 자전거길과도 인접해 있어 근처 자전거 숍에서 대여한 자전거를 타고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으며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 인근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도 있다. 초계국수, 비빔국수 등 지역 별미를 파는 식당도 꼭 들러봐야 한다. 소요산 아래에는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의 설화가 전해지는 작은 암자, 자재암이 있다. 작은 폭포와 계곡인 선녀탕도 있어 사계절 내내 청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산행 후에는 소요산관광단지에서 한 곳을 골라 토종닭백숙, 산채비빔밥 등을 맛볼 것.

처음 산을 오른다면 두려운 마음을 갖기보다는 산을 알고 싶다는 마음, 오르고 싶다는 마음, 해내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것. 물론 그 마음을 실현할 체력 또한 중요하다. 내가 가진 최소한의 장비를 활용해 가장 가까운 뒷산을 먼저 올라보자. 모든 등산 장비를 갖춘 상태가 아니어도 좋다. 일단 산을 경험하고 나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뒷산을 주기적으로 오르다 보면 산행에 필요한 체력이 서서히 갖춰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거다. 그 후에는 뒷산보다 먼 산에 올라 조금씩 확장해가자. 궁극에는 가보고 싶던 산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등산 사용 설명서 당일치기 코스의 가벼운 산행이라 해도 산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으므로 항상 만약에 대비해야 한다. 배낭에 최소 1리터 이상의 물과 행동식(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의 에너지원을 골고루 보충할 수 있는 식품), 배터리가 충분한 휴대폰, 헤드 램프, 바람막이 재킷, 조난 상황에 대비한 방수·방풍 재킷, 처음 찾아가는 산이라면 종이 지도나 등산 앱, 호루라기와 비상 깜빡이 등을 반드시 준비하자. 덧붙여 그날의 산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충만하다면 모든 산이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더 나아가 산이 궁금한 사람, 산을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등산학교 입교는 어떨까. 나는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등산학교에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 하지만 산을 향한 열정만은 하나같은 사람들과 6주 간의 주말을 함께 보냈다. 도봉산 대피소를 베이스캠프 삼아 산에 대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 마음, 태도, 비전 등을 두루 배웠다.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암벽 등반에 도전했고, 바위에 오를 때 필요한 다양한 기술 등을 습득했다. 한국등산학교 외에도 코오롱등산학교, 서울등산학교, 정승권등산학교, 권기열등산학교 등이 있다.

꿈꾸는 다음 여행지 일본 시코쿠섬의 길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박정후 ·오현아
34세 동갑내기 부부. 결혼 후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해 지난 2년간 국내 3대 종주 코스인 지리산 화중 종주, 덕유산 종주, 설악산 종주를 마쳤다. 또 북한산 16성문 종주를 포함해 북한산 대표 6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인도 마카밸리 트레킹, 롬복 린자니산 트레킹 등의 경험이 있다.

우리의 첫 산행 부모님의 영향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바람 소리, 계곡 소리,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오를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 오르는 순간 모든 것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에 서서히 중독됐다.

산을 오르는 즐거움 산에서만큼은 누구나 공평하다. 모든 것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산 정상에서 경험하는 성취감은 우리에게 끝없는 용기와 도전 의식을 심어주었고 삶을 대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했다. 어쩌면 일상에서 잊고 사는 부분을 자연이 채워주는 것 같다.

최고의 풍경 인도네시아 린자니산의 일출, 한라산의 백록담, 설악산의 대청봉과 공룡능선 코스.

극악의 난이도 인도 마카밸리 트레킹. 트레킹 시작점이 3170m이고 최고 고도가 5200m나 되기 때문에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무서웠는데 막상 눈앞의 풍경을 마주 하고 나니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초보자를 위한 코스 북한산 원효봉 코스에 도전해볼 것. 많이 높지 않은데도 조망이 무척 아름답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계곡 길을 따라 북한동역사관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상운사로 가기 전 갈림길에서 북문으로 오르면 원효봉에 닿는다. 북한산의상능선과 정상인 백운대 등을 조망할 수 있어 ‘등산의 맛’을 알 수 있는 코스다. 산행 시간은 3~5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급자를 위한 국내 산 중상급 코스인 북한산 의상 능선 코스와 공룡능선을 경험할 수 있는 설악산의 소공원 코스, 그리고 천왕봉으로 향하는 지리산의 중산리코스. 특히 설악산 소공원 코스는 왜 우리가 힘들게 산을 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곳이다. 소공원에서 출발해 마등령 삼거리까지 지옥의 언덕길이 이어지고 그 후 공룡능선을 타게 되는데, 이때 왜 사람들이 설악산을 두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 서면 울산바위와 용아장성, 대청봉 그리고 시원하게 펼쳐진속초 바닷가까지 내다볼 수 있다. 20km나 되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꼭 올라봐야 할 산이다. 특히 지리산과 설악산 종주 때는 국립공원 대피소에서 숙박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생생한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대피소 생활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취사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먹고 산속의 노을을 바라보며 차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세상의 모든 근심이 날아가는 듯 했다.

함께 둘러볼 곳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 지리산 화개장터, 설악산 비선대 계곡과 케이블카.

처음 산에 오른다면 등산은 2~3시간 이상 길게 하는 활동이다. 지구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다양하고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 기초체력이 무척 중요하다. 등산이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둘레길부터 걸어볼 것. 요즘은 지자체마다 고장의 특색 있는 둘레길 프로그램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둘레길은 경사가 거의 없는 걷기 코스의 산책로다. 코스별로 구간이 나뉘어 있어 체력이 좋을수록 이동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이 점점 증진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등산 사용 설명서 등산의 기본은 등산화다. 등산 스틱과 무릎 보호대, 장갑, 외장 배터리, 충분한 물, 초콜릿이나 육포 등의 고열량 간식도 필요하다.

꿈꾸는 다음 여행지 약 358km에 이르는 미국의 존뮤어 트레일(JMT). 텐트나 식량을 들고 가야 하는 장거리 트레일 코스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향할 곳이기도 하다. 그날을 꿈꾸며 꾸준히 체력을 기르는 중이다.

김강은
산과 자연을 두 발로 직접 걷고 그곳에서 만난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자연 친화 여행자, 하이킹 아티스트. 국내외 명산과 자연, 로컬 지역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를 사진, 글, 그림, 웹툰 등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한다. 국내의 산악 지형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길과 프랑스 길, 유럽의 알프스 뚜르 드 몽블랑(TMB), 미국의 존 뮤어 트레일(JMT),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랑탕, 간잘라피크 등반 등 꾸준히 산을 여행하며 살았다.

나의 첫 산행 미대 졸업을 앞두고 불투명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 우연히 집 앞 수락산에 올랐다가 충격을 받았다. 숨을 몰아쉬며 몸을 움직이고 뜨거운 땀을 흘리고, 산 중턱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또 정상에 올라서서 내가 살던 세상을 바라보는 과정은 성취감도 대단했지만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삼 내가 살아 있다는 생경한 느낌이 들었고 자연스레 웃음이 났다. 그때부터 등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 걸음은 정직하다. 우리가 편히 누린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느리지만, 그래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꽃 한 송이 같은 사소한 풍경이 눈에 들어 오고 직접 두 발로 걸었기에 시원한 물 한 모금과 포근한 쉼터가 두 배의 기쁨이 된다. 특히 산에 오르면 과정이 힘든 만큼 쾌감도 크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정상에 도착해 작은 세상을 바라볼 때의 성취감과 자존감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한 기분을 꼭 누려보길 바란다.

산을 그림에 담는다는 것 국내외 명산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다 보니 문득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산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드로잉 북과 팔레트, 붓을 들고 산에 올라 그림을 그렸고, 100대 명산을 드로잉으로 한 장씩 담는 ‘100대 명산 드로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산 위에서 그리는 그림은 풍경 수채화.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붓질을 하는 순수한 즐거움에 몰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