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위를 해요. 이걸 크게 말하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죠?

자신을 사랑하는 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해요.

우리 모두 끝내주는 오르가슴을 느껴야 마땅하잖아요.”

 

법적으로 금기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것이 아님에도 일상 속에서 금기시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위’다. 우리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 얼마 전에 갔던 맛집 이야기나 날씨, sns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뉴스 거리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자위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심지어 섹드립은 해도 말이다. 대화의 주체가 여성일 경우엔 금기의 정도가 더 강력하다.

실제로 섹스토이 브랜드 우머나이저가 성인 남녀 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위 횟수 조사에서 한국 남성의 연간 자위 횟수는 82회, 여성은 54회였다. 미국 여성의 자위 횟수가 98회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적은 수치다. 자위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성욕 없음’과 ‘피곤함’을 언급했지만, 어쩌면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부장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한국에서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말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 혹은 대담한 페미니스트의 치기 정도로 인식돼요. 여성의 섹슈얼웰니스는 건강 뿐 아니라 자기결정권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여성의 쾌락과 욕망을 수치스러운 것이 아닌 하나의 자기표현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해요.” 우머나이저 한국 홍보대사인 김나라씨의 말처럼 사실 여성들은 피곤해서가 아니라 수치심, 사회적 낙인, 성교육 부족 등으로 인해 자위를 하지도, 말하지도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문화 아닌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뮤지션 릴리 알렌(Lilly Allen)이 과감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2일, 우머나이저와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섹스 토이 ‘리버티’를 공개했고, 더불어 여성의 자위와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IMasturbate 캠페인을 주도하는 중이다. 그는 이 캠페인을 통해 모든 여성들이 더 자신을 느끼고, 사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여전히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투어를 할 때 꽤 오랫동안 연인과 떨어져 있었어요. 아마 뉴욕이었던 거 같아요. 성인용품점을 지나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거 한 번 해볼까?’ 덕분에 신세계가 열렸죠. 섹스 토이 얘기는 아직도 금기시돼요. 자위와 여성의 쾌락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사실 여성의 쾌락 자체가 금기시되는 주제 같아요. 이를 금기가 아니게 하려면 터놓고 자주 말해야 해요. 내 인생에서 섹스 토이는 정말 중요해요. 확실한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전 무조건 섹스 토이를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