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뤼야; Say Love Me>에 관한 질문을 드립니다. 전시명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뤼야’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검은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내 이름입니다. 이 이야기는 늦은 아침까지 침대 시트에 몸을 깊게 파묻고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아내 뤼야의 긴 머리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주인공 남자의 시선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 가족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아내는 결국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랑하는 아내 뤼야를 찾아헤매는 주인공의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뤼야는 소설 속 주인공 남자뿐 아니라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를 전시명에 반영했습니다. 부제인 ‘Say Love Me(사랑한다고 말해)’는 2007년 제가 만든 비디오 작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비디오 제목은 니나 시몬의 노래 ‘Love Me or Leave Me’에서 딴 것이고요. 상상해보세요. 누군가에게 “(날) 사랑한다고 말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것은 사랑을 구하는 가장 절박한 모습이 아닐까요? 이 전시는 영원히 사랑을 구하고 찾는 우리의 모습에 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이미지를 표현한 다양한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사랑’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르바’라는 청년은 동네 친구들과 모여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밤마다 그녀의 집 창문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을 구걸합니다. 하루는 노래를 부르던 중에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때 정성스럽게 화장하고 가장 예쁜 옷을 입은 채 창문 아래에 매트리스를 끌어다 놓고, 그 위에 밖에서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게 누워서 청년들의 세레나데를 수줍게 듣고 있는 여든 넘은 자신의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청년 조르바는 할머니의 욕망에 경악하며, “냄새 나는 산송장”이라고 할머니에게 욕을 퍼붓고 분노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장면이죠. 사랑에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저 역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조르바의 할머니처럼 사랑 노래를 듣고 사랑 영화와 책을 보며 가슴 설레고 눈물을 흘릴 겁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마주하길 바라는 사랑의 감정, 형태, 표현이 있다면요? 최근 뜬금없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나오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화산재를 온몸에 맞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어떤 감정들은 우리 의지로는 피할 수 없는, 마치 갑작스레 화산재를 맞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로 시나브로 내리고 있는 미세한 화산재가 살갗에 닿는 순간의 느낌은 어쩌면 내리는 눈을 맞는 것처럼 몽환적일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온몸을 뒤덮을 화산재가 가져올 결과와 파장은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떨까요? 제가 이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마주하길 바라는 것이 화산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이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태와 표현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소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15길 14 지하 1층)
기간 2021년 1월 20일~3월 7일
문의 070-7868-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