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새해 목표는 운동이다. 평생 운동과 거리가 먼 저질 체력으로 고전해오다 지난해 가을쯤 등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최근엔 헬스장에 등록했다. 사실 운동은 핑계일 뿐 어느 순간 SNS에 타이트한 브라톱으로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고 헐렁한 팬츠에 아노락 점퍼를 걸친 소위 ‘인싸’들의 패션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최근엔 오랫동안 열광하던 미니멀한 드레스에 손이 가지 않고 스포츠 브랜드의 편안한 옷과 투박한 스니커즈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3, 4년전 만 해도 누군가 1백만원을 호가하는 운동복을 사려고 하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값비싼 스포츠웨어로 장바구니 위시 아이템을 채우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패션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또 새해엔 운동복을 넘어 유니폼을 쇼핑 리스트에 올리게 될 것 같다. 어떤 유행이든 일단 시작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패션 트렌드의 법칙 아닌 법칙 아니던가. 스트리트 패션은 애슬레저 룩이 유행하는 데서 더 나아가 워크웨어가 트렌드 전선 최전방에 포진했다. 2018 F/W 시즌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서는 소방대원의 유니폼이 코튼 원피스와 매치돼 런웨이에 올랐고, 마르니와 메종 마르지엘라가 보여준 방수 소재 룩은 마치 반도체 공장 직원의 작업복을 컬러풀하게 변형한 것처럼 보였다. 이전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이 모습이 몇 시즌 전부터 스트리트 패션에 단련된 때문인지 쿨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새 봄과 여름엔 어떨까? 뜨거운 워크웨어 열풍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디자이너들이 미리 점친 트렌드의 핵심 아이템은 바로 카고 팬츠. 카고(cargo)는 화물이란 뜻으로 카고 팬츠는 과거 화물선의 승무원이 작업용으로 입는 팬츠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빵 바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포켓이 달린 헐렁한 팬츠가 트렌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펜디, 랄프 로렌, 프라발 구룽 등 많은 브랜드에서 일찌감치 카고 팬츠를 새 시즌 런웨이에 선보이며 워크웨어 열풍에 힘을 실었다. 셀럽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카고 팬츠와 브라톱을 매치한 패션을 소화하며 유행을 예고한 바 있다. 게다가 하우스 브랜드를 시작으로 SPA 브랜드 역시 워크웨어 컬렉션을 갖추었으니 패션계에 당분간 스트리트 패션이니 워크웨어니 하는 단어가 계속 등장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애티튜드는? 카고 팬츠와 유니폼으로 대변되는 자유분방한 워크웨어 트렌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