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프린트가 충돌했을 때 폭발적인 에너지가 파생돼요.”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는 2019 S/S 시즌 컬렉션의 컨셉트를 ‘매트리스 레시피’라고 명명했다. 그는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과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상을 기묘하게 섞은 듯한 프린트를 불규칙적으로 콜라주했는데, 예상외의 조합으로 예술적인 판타지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맥시멀리즘의 흐름을 타고 현란한 프린트와 패턴을 한데 섞은 룩이 런웨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매 시즌 실험적인 디자인에 위트를 불어넣는 톰 브라운은 타탄 체크와 스트라이프 패턴을 기반으로 고래, 닻 등 마린 룩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를 뒤섞었고, 에트로 역시 자유분방한 히피 감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채로운 프린트를 활용했다. 석양이 지는 캘리포니아의 비치와 원색 페이즐리, 꽃 프린트가 한데 어우러진 에트로의 룩은 보헤미안 무드를 극적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튀르적인 섬세한 룩에 레트로 감성을 더하기 위해 클래식한 체크와 동양적인 꽃그림을 조합한 드리스 반 노튼, 1990년대 무드를 힙하게 드러내기 위해 원색의 멀티 플라워 패턴을 선택한 베르사체, 강렬한 프린트의 믹스 매치를 통해 통쾌한 쾌감을 주고자 했다는 캐롤리나 헤레라 쇼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가지 이상의 원색이 섞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 “자극적인 팔레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MSG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시밀리아노 조르네티는 보디라인을 타고 유연하게 흐르는 드레이핑 드레스에 자유분방하게 컬러 플레이를 한 건 물론 네온 컬러 숄더백과 부츠, 이너 톱을 다채롭게 스타일링해 SNS를 뜨겁게 달궜다.

프라발 구룽은 또 어떤가. 그는 자신의 고국 네팔 특유의 이국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강렬한 컬러 블록을 포인트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네온 그린 컬러 저지 톱에 멀티컬러 스트라이프 스커트를 입은 흑인 모델이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1980년대의 브랜드 아카이브를 환상적으로 구현한 마크 제이콥스 역시 각진 어깨의 파워 수트에 솜사탕을 연상시키는 파스텔컬러 블록을 더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네온 컬러 블록으로 힙한 애슬레저 룩을 완성한 휠라, 에메랄드와 바이올렛, 더스티 핑크 등 매력적인 컬러 조합으로 구조적인 실루엣의 강렬함을 부드럽게 중화한 살바토레 페라가모도 빼놓을 수 없다.

“실루엣이 단조롭다면, 컬러와 프린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좋겠죠!” 알렉사 청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올봄엔 좀 더 과감해지는 건 어떨까?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