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QUEEN

모델 신현지가 지지 하디드, 모나 투가드와 함께 샤넬 쇼의 클로징을 장식했다. 샤넬 정규 쇼의 마지막 순서에 동양인 모델이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 현장의 프레스와 관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신현지는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당당한 워킹으로 멋진 마무리를 선사했다. 신현지뿐 아니라 패션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최소라, 배윤영, 정호연 등 톱 모델들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DRAMATIC MOMENT

새 시즌 테마인 ‘시간의 충돌’을 설명하는 루이 비통의 방식은 지극히 화려했다. 15세기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표현하는 의상을 착용한 1백15명의 합창단원과 85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공연을 펼친 것. 이뿐 아니라 쇼를 위해 음악적 시간 여행을 모티프로 삼은 곡 ‘Three Hundred And Twenty’를 작곡해 선보이며 파리 패션위크의 손꼽히는 빅 쇼다운 스케일을 자랑했다.

 

 

FASHION & FANTASY

게라르도 펠로니의 부임 이후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로저 비비에가 또 한 번 엄청난 구성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센소라마’라는 이름의 이번 행사는 ASMR 사운드와 허밍, 에코 등 다양한 소리로 채운 ‘청각’ 방, 요리사가 음식을 제공하는 동안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 위에서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는 ‘미각’ 방, 자신만의 식스 센스에 집중하면 유령과 환영을 발견할 수 있는 ‘식스 센스’ 방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으며, 쇼를 능가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FAMILY GATHERING

새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그 어떤 셀러브리티보다 뜨거운 화제를 모은 가족이 있다. 오프화이트 쇼에서 두 딸 지지 & 벨라와 함께 워킹한 엄마 욜란다 하디드, 그리고 이지 쇼에 등장한 카니예 웨스트의 딸 노스 웨스트가 그 주인공. 특히 노스 웨스트는 이지 쇼의 모델들처럼 땋은 머리와 낙낙한 팬츠, 부츠 차림으로 공연을 펼쳤으며, 어린이(?)답지 않은 패션 소화력과 랩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NEW ERA OF KENZO

겐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캐롤 림 & 움베르토 레옹 듀오와의 인연을 뒤로하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가 이끄는 첫 번째 쇼를 공개한 것. 너무나도 오랜 시간 고전해온 겐조를 침체기에서 구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라코스테에서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스포티즘을 완벽하게 구현해온 그가 펼친 쇼는 기대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