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AND RAF

‘라프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이번 4대 패션위크를 통틀어 가장 큰 이슈였던 라프 시몬스가 미우치아 프라다와 공동으로 디렉팅한 프라다 컬렉션이 공개됐다. 역시! 살아 있는 두 전설의 만남은 두고두고 회자될 순간을 빚어냈다. 영상으로 공개된 컬렉션에는 두 사람의 아이덴티티와 시그니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던한 룩이 가득했다. 온통 머스터드 컬러로 채워진 공간, 모델들을 쫓는 역동적인 카메라워크, 쇼에 등장한 모든 모델을 신인으로 선택한 패기마저 인상적이었다. 쇼 이후 공개된 두 사람의 대담도 꼭 챙겨 보길. 교감과 상대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타고난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프라다의 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될 테니까.

 

 

2021 S/S 마르니

MARNI

2021 S/S 페라가모

SALVATORE FERRAGAMO

2021 S/S 토즈

TOD’S

FASHION IN FILM

패션 영상은 코로나19 시대에 패션쇼를 대신하는 가장 일반적인 대안이다. 룩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을 심도 깊게 담아낸 영상 세 편을 소개한다. 먼저 마르니는 모델이나 일반인들이 브랜드의 새 컬렉션을 입고 각자 사는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교차로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마르니페스토>를 공개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쇼를 시작하기 전 무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단편영화를 상영했다. 거장의 남다른 미학은 룩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앞으로도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협업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토즈는 밀라노의 유서 깊은 대저택 빌라 네키(VillaNecchi Campiglio)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 <더 송>을 완성했다. 패션쇼와는 또 다른 패션 영상만의 매력을 느껴보길.

 

 

SHOW, SHOW, SHOW!

코로나19에 굴하지 않고 소수만을 초대해 쇼를 펼친 디자이너들도 있다. 특히 이번 시즌 밀라노행을 택한 발렌티노는 한때 밀라노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상징적인 공장 ‘폰데리아 마키(FonderiaMacchi)’에서 평등을 주제로 여성과 남성 통합 쇼를 진행했다. 특유의 쿠튀르급 드레스들은 물론 리바이스와 협업한 청바지를 선보이는 등 화젯거리가 가득한 쇼였다. 한편 펜디는 집과 가족에서 영감을 받아 커튼이 드리운 창문을 배경으로, 에디와 올림피아 캠벨 자매, 세실리아와 루카스 챈슬러 모자 등 실제 가족을 모델로 섭외해 의미를 더했다. 해저 세계를 건설한 베르사체, 동시대 여성에 대한 철학을 담아낸 막스마라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는 계속된다.

 

 

NEW MARINE

블루마린이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안나 몰리나리가 자신의 뒤를 이을 디자이너로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돌체 앤 가바나에서 경력을 쌓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신예 니콜라 브로그나노를 지목한 것. 그는 블루마린을 대표하는 페미닌한 룩에 쿨한 감성을 적절하게 더해 블루마린의 새 시대를 알렸다. 특히 소녀 같으면서도 키치한 느낌을 더한 스타일링이 바로 로타 볼코바의 솜씨였다니, 이 둘의 만남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2021 S/S 모스키노

MOSCHINO

PUPPET SHOW

모스키노는 새 컬렉션을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공개했다.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걸 즐기는 제레미 스캇답게 <세서미 스트리트>로 유명한 짐 헨슨 프로덕션과 손잡고 인형극 패션쇼를 선보인 것. 인형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교한 움직임, 섬세하게 축소한 새 컬렉션의 룩을 비롯해 프런트로에 자리한 저명인사들의 미니어처까지! 오직 제레미 스캇이기에 가능한 행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