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진지희

브로드리 앙글레즈 드레스 에이치앤엠 × 시몬 로샤(H&M x Simone Rocha).

펜트하우스 진지희

핑크 시폰 블라우스, 스포티한 레터링 톱, 쇼츠 모두 미우미우(Miu Miu), 베이지 앵클부츠 레이첼 콕스(Rachel Cox).

펜트하우스 진지희

니트 스트라이프 톱, 니트 쇼츠 모두 잉크(EENK).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2가 한창 방영 중이다.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현장 분위기가 참 좋다.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 호흡도 잘 맞고. 시즌 2에서는 펜트하우스에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함께하는 느낌도 더 짙어지고. ‘제니’가 큰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감정선에 변화도 생겼다. 지난 시즌에 ‘로나’를 괴롭히던 제니가 이제는 로나 편이 되어 따돌림을 당하는데, 이런 상황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레 그리며 연기하기 위해 공부하며 더 깊이 빠져드는 중이다.

드라마 내용이 굉장히 자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기존 드라마와 상상력의 폭이 다른데, 그래서 반응도 더 뜨거운 것 같다. 자극적인 일을 겪는 인물을 연기하고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감사하게도 김순옥 작가님이 캐릭터 하나하나를 모두 살려주려고 한다. 스토리상 버려지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제니를 연기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자라온 환경이나 겪은 일의 서사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인물에 서사를 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니의 바탕을 만들기 위한 작업.

이 드라마가 배우 진지희에게 던진 숙제가 있나? 연기력이 더 나아지느냐 아니냐를 떠나, <지붕 뚫고 하이킥!> 때의 모습이 잊힐 만큼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때 무척 감사하다.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 드라마의 숙제도 그 부분이었다. 내가 이만큼 해낼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펜트하우스>는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와 다른 톤의 감정을 드러내봤고, 배우고 싶은 점이 너무 많은 선배님들과 주동민 감독님, 김순옥 작가님과 함께 작업한 경험만으로도 소중하다.

친구와의 관계뿐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도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주요 관계다. 감독님의 디렉션은 ‘헤라클럽 키즈들은 부모님을 많이 닮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점이 비슷해야 할지 고민하다 대본 리딩을 할 때 선배님의 연기를 공부하듯이 유심히 봤다. 똑같이 따라 하기보다는 제니 또래의 아이들에게 있는 밝은 면을 살리면서 발끈하는 지점이나 감정을 드러낼 때의 목소리 톤을 비슷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은 신은경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중이다. 선배는 촬영하지 않는 순간에도 절대 쉬지 않는다. 리허설 때도, 카메라가 상대 배우를 잡을 때도 늘 진심을 다해 연기한다. 선배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티키타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렇게 상대 배우에게 눈빛을 보내고 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린 시절에 한 연기를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는 건 배우에게 고민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물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건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할 수 있고, 내 눈앞에 놓인 일을 하나씩 성실히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해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찌감치 진로를 선택한 셈이다. 다른 길을 가보지 못해 아쉬운 점 은 없나? 오히려 감사하다.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일찍 발견한 거니까. 가끔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떠오르는 게 없다. 물론 어떤 것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건 좋아하지만 연기만큼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전에는 배우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열여덟, 열아홉 살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에 가서 다른 흥미로운 것을 찾으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잘 들어오지 않을 때나,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배우만큼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 직업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배우’라는 두 글자가 무겁게 다가온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나? 그보다는 마음가짐이 성장하고 있다. 흔들릴 때도, 고민도 많고 낙담하는 순간도 많지만 그런 와중에 하나씩 깨우치는 중이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고 문득 내 행복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소소하게는 친구와 수다 떠는 것도 내겐 행복이 될 수 있다. 올해는 내 행복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내 행복을 찾으며 배우로 잘 성장하고 싶다. 나태해지지 않고 나 자신을 용기 있게 바라보고 성실히 연습하며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게 큰 힘을 주는 시간이다.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 요즘은 친구들과 종종 드라이브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도 잘 보내려고 한다. 오로지 내게 집중해서 내 생각을 글로 남기기도 하고. 요즘은춤 도 배운다.

연기하는 일은 왜 즐거운가? 연기할 때면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물론 나와 캐릭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캐릭터가 겪는 감정을 응시할 수 있다. 감정이란 건 본래 생각하거나 말하고 쓰면 끝나는 데, 연기할 때면 내 안의 감정을 끄집어내서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느끼는 감정마다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바라볼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 깨달은 건 연기는 쉬지 않고 계속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도 감정을 잘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리끌레르> 4월호에 실릴 인터뷰다. 배우 진지희에게 올해 봄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펜트하우스 2> 덕분에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지금을 즐기고 싶다. 아마도 올 4월은 어느 때 보다 화창한 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