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FENDI Orlando: A Biography

펜디 FENDI

“옷은 부질없고 하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옷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관점과, 우리를 향한 세상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킴 존스의 데뷔 쇼로 화제를 모은 펜디의 2021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1928년 발표한 버지니아 울프의 저서 〈올랜도(Orlando: A Biography)〉를 테마로 삼았다. 쇼의 지휘를 맡은 킴 존스가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철학가·예술가 집단인 블룸즈버리 그룹, 그중에서도 버지니아 울프가 지닌 자유분방한 독창성과 하우스의 패션 코드가 맞닿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옷에 소극적으로 녹여낸 보통의 쇼들과 달리 그는 쇼장을 거대한 도서관처럼 꾸미고 대리석 무늬 종이로 제본한 서적을 전시했으며, 양장본 책처럼 보이는 메탈 클러치 백과 텍스트를 새긴 가죽 부츠를 제작하고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가 주고받은 편지의 구절을 낭송함으로써 주제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구찌 차임 진 구찌 이퀄리브리엄 GUCCI Chime Zine Gucci Equilibrium

구찌 GUCCI

지난 한 해 동안 성폭력과 맞서 싸우는 80여 곳의 풀뿌리 여성 단체를 통해 여성들을 지원하고, 세대평등포럼(Generation Equality Forum)에 참여하며 전 세계 여성들의 안전과 권리 보호에 앞장서온 구찌가 문학을 매개로 성평등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2013년 론칭한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 캠페인의 일환으로 <차임 진(Chime Zine)> 3호를 발간한 것.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소개하고 여성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에세이, 인터뷰, 아트워크의 형태로 담은 <차임 진>은 피렌체의 구찌 가든을 비롯한 전 세계의 몇몇 서점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며, 디지털 버전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담은 하우스의 플랫폼인 구찌 이퀄리브리엄(Gucci Equilibrium)을 통해 공개한다.

 

 

 

샤넬 여성해방 문학 CHANEL

샤넬 CHANEL

‘여성해방’과 ‘문학’은 샤넬 하우스의 역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가브리엘 샤넬이 시작하고, 칼 라거펠트가 이어온 이 두 단어에 대한 애정을 계승하기 위해 샤넬은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깡봉가에서 만나는 문학(Les Rendez-vous littéraires rue Cambon)’이라 이름 붙은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여성 작가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현대의 여성 작가에게 영향력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Lou AndreasSalomé)를 다룬 첫 시리즈에 이어 얼마 전 공개된 두 번째 시리즈의 주인공은 카미유 로랑스(Camille Laurens). 국내에도 소개된 <당신도 나도 아닌>을 포함해 10권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페미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대화를 위해 샤넬의 앰배서더인 샤를로트 카시라기를 비롯해 문학 역사가 파니 아라마(Fanny Arama), 배우 리나 쿠드리(Lyna Khoudri)가 한자리에 모였고, 필름은 그의 마지막 소설인 <필레(Fille)>에서 발췌한 문장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30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4명의 여성은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패션 하우스가 주관하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지적일 수 있는지 지루할 틈 없이 설명해낸다. 그들의 유의미한 대화가 담긴 영상과 샤를로트 카시라기, 파니 아라마의 시선으로 써나간 카미유 로랑스에 대한 글은 샤넬의 웹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어맨다 고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우리가 올라야 할 언덕 AMANDA GORMAN The Hill We Climb

어맨다 고먼 AMANDA GORMAN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문학가를 꼽으라면 누구라도 22세의 시인 어맨다 고먼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프라다의 노란색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빨간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등장해 ‘우리가 올라야 할 언덕(The Hill We Climb)’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축시 낭송자인 동시에 청각장애를 극복한 인물이라는 상징성과 10대에 젊은 시인 상(National Youth Poet Laureate)을 수상할 정도의 문장력, 그리고 젠지 세대다운 패션 감각이 그를 화제의 중심으로 이끈 것. 그는 평소 미우치아 프라다의 여성주의 행보에 감명받아 프라다의 의상을 선택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등 톱 모델이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IMG 모델스와 계약을 맺고 패션지 표지를 장식하는 등 차세대 패셔니스타로 활약 중이다.

 

 

에이치앤엠 데일리워드 H&M Yrsa Daley-Ward

에이치앤엠 H&M

H&M이 삶과 여성성, 자기 존중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시인 이르사 데일리워드(Yrsa Daley-Ward)와 협업했다. 그가 시에 사용한 긍정적인 단어와 라운지웨어가 만나 소비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동시에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브랜드의 여성복 디자인 헤드 디자이너인 마리아 외스트블롬(Maria Östblom)은 “우리는 이르사 데일리워드의 강렬한 시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아 존중과 자기 격려를 아름답게 표현하죠. 이 컬렉션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랑과 돌봄이라는 감각을 고객에게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만약 무언가에 맞추기 위해 숙여야 한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항상 그곳에 네 마음이 있을 거야’와 같은 시구가 프린트된 버뮤다팬츠, 스웨트셔츠, 오버사이즈 티셔츠와 크롭트 톱은 오가닉 코튼, 리사이클링 폴리아미드 등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작해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