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는 생각들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날것의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사를 내 입에 붙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뭘 하든 갑자기 이런 생각에 빠지는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강박증은 다 있지 않아요?

많은 배우가 ‘살아 있는, 날것의 연기’를 갈망하는데, 그런 연기는 어떤 걸까요? 대본을 보면 떠오르는 게 있잖아요. 그 생각대로만 하면 현장에서 짜인 틀대로 나오기 마련인데, 그게 너무 싫어요. 그래서 다른 식으로 생각을 바꿔서 연기를 했을 때 지금 온전히 나 같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건 기술일까요? 아니면 본능일까요? 본능이요. 짜인 틀 안에서 새로운 게 튀어나오는 거니까요.

그럼 연습한다고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네요. 맞아요. 연습의 문제가 아니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거죠. 시야를 넓히는 자세가 필요해요.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건데 생각보다 들뜨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어떤 날은 기분이 확 좋아져서 들떠 있고, 어떤 날엔 축 처져서 다녀요. 중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하는 자리는 조금 달라요. 긴장감 때문에 저도 모르게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본인을 들뜨게 만드는 건 뭔가요? 저는 현장을 되게 좋아해요. 현장만의 기운이 있는데, 그래서 현장에 가면 피곤한 것도 잊고 기분이 좋아져서 혼자 뛰어다녀요.

반대로 가라앉게 만드는 건요? 기분이 유독 가라앉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 집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어떤 대사에 꽂히면 갑자기 눈물이 나요. 그 대사에서 열정이나 슬픔이나 진심이 보일 때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3년 전 마리끌레르와 처음 만났을 때 미래를 상상하고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는 말을 했어요. 그땐 “외딴곳에 있는 통창이 난 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는데, 요즘도 그런 식으로 그리는 미래가 있나요? 비슷한 것 같아요. 외딴곳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기지개를 켜고, 아메리카노도 마시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는 상상을 많이 해요. 그러려면 지금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고요.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거죠.

화려하고 거창하기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 같아요. 소소한 게 좋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안정적이고 안온한 삶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혼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 면도 있고요.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요? 네. 그런 시간이 꼭 있어야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혼자 생각할 땐 방해가 되지 않게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있어요. 이게 습관인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더라고요.

혼자만의 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해요? 요즘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어서 책을 읽어요. 추리소설에 빠져 있거든요. 촬영이 끝나고 밤에 적어도 몇십 분은 읽고 자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추리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공상하게 되지 않아요? 읽을 때는 그 자체로 즐기고 책을 닫으면 잊어버려서 괜찮아요. 서울에서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외롭고 공허한 게 싫어서 항상 TV를 켜놓고 잤어요. 그게 습관이 되니까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TV 대신 명상 앱을 켜놓거나 책을 읽고 잤는데, 다음 날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은 거예요. 책 읽는 습관은 그렇게 들였어요. 요즘은 잘 못 읽는데 서너 장이라도 읽고 자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어요? <집안의 타인>이라는 소설이요. 되게 재미있어요.

오늘도 읽고 잠들겠죠? 네.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인데 범인이 누굴지 궁금해서 빨리 가서 읽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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