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GONAL

다이애그널
DIAGONAL

다이애그널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언가?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해서는 유행의 큰 틀에 좌우되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패션 브랜드의 포화 속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고.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니트다. 니트는 소재와 직조 방식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표현할 수 있는 데다, 제작 기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특성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카피할 수 없다는 이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2019년부터 니트 개발에 힘을 쏟았고, 현재는 니트가 다이애그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단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나? 패션 시장의 진입 장벽이 무척 낮아진 것 같다. 옷의 완성도 못지않게 브랜드를 이끄는 인물의 영향력이 주목받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이럴 때일수록 옷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해서 브랜드를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가 성장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나? 초반에는 재정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일례로 오프라인 매장에 입고할 재고를 큰 봉지에 담아 을지로에서 명동까지 직접 나르곤 했는데, 짐이 워낙 무거워 도착할 때쯤에는 늘 손잡이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던 게 기억난다. 부수입을 얻으려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다단계 회사에 끌려 갈 뻔한 적도 있고. 두 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해 지하와 옥탑을 거치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경험을 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전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떤 모토로 브랜드를 운영하나? 고민 중이다. 트렌드에 맞는 옷을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 그리고 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한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엔 누군가 다이애그널을 ‘인터넷 브랜드’라고 칭하면 충격을 받았다. 유통 채널이 한정적이라 생긴 선입견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이후 백화점이나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과 만나려고 노력 중이다. 반면 온라인 베이스라 좋은 점도 있다. 확실히 반응이 빠르고,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고객의 피드백이 생생히 느껴진다.

다이애그널이 생각하는 페르소나는 어떤 여성인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색이 뚜렷한 사람이다. 이런 관점에서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브랜드의 페르소나가 결국 우리 자체인 것 같기도 하다.

브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지금 입고 싶은 옷을 만들듯, 나이가 더 들어도 그때 입고 싶은 옷을 만들며 브랜드와 함께 늙고 싶다. 또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 해외 진출,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 등 다양한 목표에 도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고객이 우리의 옷을 입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